'얼굴·30 scenery(풍경)'전 리뷰
프랑스서 활동하는
한홍수·박인혁 작가
마산서 지내며 만든
작품 20여 점 선봬
30일까지 무료 전시

마산이 쌓였다. 한 겹의 사건 위에 또 다른 한 겹의 소식이 놓여 풍경(박인혁 작 '무제')이 되고, 한 칠 후 또 한 칠이 더해져 당신(한홍수 작 '얼굴')이 됐다.

창원 마산청과시장이 올해 '아트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안성진 마산청과시장 대표이사는 지역에서 현대미술의 흐름을 보여주고자 2016년 레지던시(예술가가 일정 기간 거주하며 창작 활동을 하는 프로그램)를 시작했다.

3회를 맞은 올해 마산청과시장 레지던시는 파리에서 활동하는 한홍수 작가와 박인혁 작가가 참여했다.

이들은 마산에서 머물며 저마다 마산을 쌓기 시작했다. 이렇게 탄생한 작품 20여 점은 '얼굴·30 scenery(풍경)'전이라는 이름으로 마산청과시장에 내걸렸다.

한홍수 작 'Horizon(수평선·지평선)' /이미지 기자

한홍수 작가는 '얼굴'과 'Horizon(지평선·수평선)'을 내보였다.

크레용을 칠하며 그린 얼굴은 그가 마주했던 당신이다. 마산청과시장을 이끄는 이들이 캔버스에 들어갔다. 작가는 바람이라도 불면 흩어질 만큼 경계를 흐리며 그렸지만 이마저도 수많은 칠을 쌓아 완성한 것이다.

또 'Horizon'도 유화를 쌓은 그림이다. 서른 번 이상 덧대어졌다는데 아주 맑고 투명하다. 캔버스를 가득 채운 붉은색과 보랏빛은 마산 바닷가의 수평선일지 무학산을 덮은 노을일지 궁금하다.

작가는 초상화와 비구상이라는 전혀 다른 작품을 동시에 해냈다. 그래서 지난 14일 마산청과시장에서 열린 작가와의 만남에서 많은 관객이 이를 궁금해했다.

이에 대해 한 작가는 "매일 초상화를 그린다. 주말에는 파리 시내로 나가 다른 이들을 그린다. 쉽게 말해 빼놓지 않는 훈련이다. 또 다르게 유화 작업을 한다. 상당히 이질적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 어느새 하나처럼 느껴지더라"며 "두 작품 모두 경계가 없어지는 시간, 그릴수록 뚜렷해지기보다 경계가 허물어지는 이미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박인혁 작가 작품은 가까이서 볼수록 매력적이다.

'무제'라는 이름의 여러 작품은 마티에르(질감)가 돋보이는데 신문을 겹겹이 쌓아 만들어냈다.

종이가 만든 지층은 물감을 받아들이고 뿜어내며 이미지를 만든다. 이때 작가는 이를 벗겨 낸다. 강하게, 부드럽게 찢으며 신문의 활자와 물감의 이미지를 하나로 만든다.

박인혁 작 '무제'의 한 부분. /이미지 기자

멀리서 보면 '무제'는 하나의 추상화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작품 속에서 마산이 보인다. 더욱이 한국에서 작업할 아들을 위해 경남의 신문을 하나씩 모았다는 모친의 마음이 느껴진다. 혹시 모른다. 무제 속에 당신 이야기가 들어 있을지도.

이번 전시를 기획한 심은록 미술비평가는 "두 작가의 작업은 아주 다르다. 하지만 우리가 처한 환경과 현대미술의 시간을 쌓아 한 폭의 풍경으로 만들어낸다"고 밝혔다.

아트 프로젝트로 메세나(기업이 문화예술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활동)를 펼치는 안성진 대표이사는 "조금은 낯선 곳에서 그림을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마산청과시장 상인의 목소리가 들리고 과일의 달큼한 향이 날 것이다"고 말했다.

전시는 30일까지. 무료. 일요일 휴관. 문의 055-291-8511.

14일 열린 작가와 만남에서 자신의 작업에 대해 설명하는 한홍수 작가. /이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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