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부 경남FC 감독, 월드컵 스웨덴전 관전평

김종부(사진) 경남FC 감독은 대한민국 축구 월드컵 도전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당시 불가리아전. 0-1로 뒤진 상황에서 가슴으로 트래핑 후 절묘한 발리슛으로 극적인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 골은 한국에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승점 1점을 챙겨준 '황금골'이었다. 이후 프로생활과 학원축구 지도자를 거쳐 지금은 경남FC 감독으로 있는 그를 만나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F조 1차전 한국-스웨덴전 평을 부탁했다.

참 뭐라 할 말이 없다. 스웨덴전을 두고 잘했다고 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이런저런 조언을 할 처지도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공격에서 아쉬움이 많은 경기였다. 후반전 스웨덴 선수들 체력이 고갈돼 갈 때를 대비해 손흥민과 김신욱의 장점을 활용할 전술이 준비돼 있어야 했는데도 그렇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유효슈팅 하나 못 날리는 경기 내용을 보여줬다.

손흥민이나 김신욱 모두 충분히 득점력이 있는 선수다. 하지만 득점 루트로 가는 움직임이 부족했다.

김신욱이 공중볼을 다퉈주고 손흥민과 황희찬이 양 측면에서 뚫어줘야 했는데 그런 흐름 자체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김신욱은 스피드가 약하다. 공중볼 경합에서는 그나마 나았지만 세컨드볼 경합 후 역습에 나갈 때 취약했다. 양 측면의 손흥민과 황희찬만으로 역습하기에는 역부족 아니었나 싶다. 두 선수가 수비 가담을 위해 많이 내려오면서 역습 나갈 때 거리도 멀어지고, 양 측면에서 치고 나가니 두 선수간 거리도 멀어 패스 실패도 나왔다.

특히 후반전 스웨덴이 체력 고갈에 힘들어하고 수비라인을 올렸을 때 제대로 대응을 못 한 점이 아쉬웠다.

한국은 전체적으로 스웨덴전에서 강력한 공격 축구를 구사하고 멕시코와 독일전에서 지키는 경기를 운영하는 게 좋았을 텐데 이제 더 어려워졌다.

멕시코가 이미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꺾었다. 조 예선이 정말 안갯속이 됐다. 이제 한국은 멕시코전과 독일전에서 공격 축구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하지만 두 팀에 한국의 공격력이 먹힌다는 보장도 없는 데다 두 팀의 공격을 막아내기도 녹록지 않을 것이다.

멕시코가 독일을 꺾었다고는 하지만 절대 독일이 못해서 진 게 아니다. 독일의 공격을 밀집 수비로 막은 뒤 역습을 하는 형태가 좋았다.

이제 한국은 한껏 기세가 오른 멕시코전부터 대비해야 한다. 멕시코전에서는 손흥민과 황희찬 투톱으로 가 역습 찬스를 만들어내는 게 좋겠다. 김신욱의 높이보다는 스피드를 살리는 전술을 준비해야 한다.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태극전사의 저력을 발휘해 주길 기원한다.

한국 축구의 끈끈함, 그러니까 많이 뛰고 많이 움직이며 도전하는 자세로 남은 경기를 풀어나간 후 기적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김종부 경남FC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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