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깊은 산속. 칠흑 같은 어둠이 덮은 골짜기를 홀로 헤매는 느낌은 어떨까. 그는 딱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6·13지방선거 유권자로 만난 시각장애인은 40여 년 전 실명했던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사고로 두 눈의 시력을 잃었다. 보이지 않는 일상은 답답하고 갑갑한 차원을 넘어섰다. 집을 나서면 행여 길을 잃을까 일행이 올 때까지 꼼짝없이 그 자리에 서 있어야 했다. 발을 잘못 내디뎌 하천 아래로 나뒹굴기도 했다.

생활 자체가 불편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절벽 끝에서 누가 밀어도 알 수 없는 위태로운 나날의 연속이었다.

장애인으로서 사는 현실은 좌절과 낙담의 반복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힘들고 고통스러운 게 있었다. 세상의 편견과 차별이다.

큰 마음 먹고 외출했다가 주차된 차량을 활동보조기구인 흰지팡이로 더듬게 되면 여지없이 시비가 붙곤 했다. 차주는 그가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보다 자신의 차량에 흠집이 나지 않는 게 더 중요했다. 행여 공공장소나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그는 보이지 않음에도 자신을 쳐다보는 뜨거운 시선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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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대부분이 중도 실명한 경우라고 한다. 누구나 언제든, 불의의 사고로 신체적 장애를 가질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장애인을 바라보는 눈에는 '다름'의 편견이 깊게 박혀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전보다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관심과 배려가 부족하다.

그는 '실명'이라는 고난에도 좌절하지 않고 희망을 잃지 않았다. 수많은 난관을 뚫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그들에게 최소한 마음의 장애는 없다. 오직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 마음에 장애가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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