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대신 광고비·뒷돈 바꿔치기 '은어'
법원장의 '재판거래' 의혹 허탈감 더해

'기리까이'. '바꿔치기'의 언론계 은어. 취재를 한 뒤 상대 약점을 잡고 기사를 내지 않는 조건으로 광고비를 받거나 뒷돈을 챙기는 '관행'을 말한다. 주로 건설·환경 관련 업자들이 '기리까이 전문기자'들의 좋은 먹잇감이 된다. 전체 명예를 먹칠하는 탓에 언론계 자체에서도 "사이비 기자들 좀 싸~악 마 다 잡아들이면 좋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나도 기자 초년병 시절 선배들한테 귀에 '못'이 박이도록 "절대 기리까이하지마라! 잣대 놓든가!"

취재 때문에 종종 창원지법에서 열리는 공판에 들어간다. 법복 입은 법관의 근엄한 표정, 검사복 입은 검사와 양복 넥타이 차림 변호사의 날카로운 공방. '이런저런' 이야기 듣다 보면 '세상 참 별일 다 있다' 싶기도 하다. 기자라는 직업도 험한 꼴 많이 보는 직업 가운데 하나이지만, 거의 날마다 온갖 소송의 한복판에서 판결하는 법관보다는 낫지 않은가 하고 괜한 위안을 삼아보기도 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와 '재판거래'를 시도한 의혹이 불거졌다. 아무리 상품으로 교환 안 되는 게 없다는 자본주의 세상이라지만, 교환할 게 따로 있지. 재판 거래라니 거참.

요즘 '술자리 통신'에서 시민들은 사법부를 대놓고 욕한다. '정의의 여신상'으로 상징되는 위엄이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정의의 여신상 오른손에 들린 '칼'은 박근혜 정부 접대를 위해 내놓은 '과일 깎기용'이었다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다. 이럴 거면 차라리 재판을 AI(인공지능)에 맡기자는 말도 나돈다.

사람들은 '하다하다' 마지막 호소를 위해 법원 문을 두드린다. 그나마 법은 있는 자 편이 아닌 가난한 사람 편이라는 일말의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허탈감이 더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2015년 2월26일 선고된 KTX 여승무원 대법원 판결은 근로자 파견도 아니고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도 아니라며 사용자인 코레일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 판결에 따른 피해는 여승무원 노동자 몫으로 돌아갔다. 1, 2심 판결로 복직된 것으로 간주해 받아왔던 월급과 소송 비용을 KTX로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해고된 전 여승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밀양 765㎸ 송전탑 건설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 판결도 '정부 운영에 대한 사법부의 협력 사례'에 포함됐다. 누가, 어떻게 책임질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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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신뢰로 만들어진다. 사람 사이에 신뢰를 만들고 공정한 장을 만들어야 할 장본인들이 '상고법원'이라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사회 전체 신뢰를 '기리까이'했다.

법이라는 것도 어차피 사회적·역사적 산물이다. '삼류 기리까이 기자들'도 엄벌하자는 마당에 법관이라고 그 뭐라고! 당신들도 법복 벗고 집으로 돌아가면 공동체의 한 구성원일 뿐이다. 사법 적폐 청산에 우리 모두가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기리까이 법관 몰아내고 명랑사회 이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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