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남성보다 경쟁력 낮다 인식 작동
다음 선거 다양한 여성 후보 진출 기대

누군가는 결과가 너무 뻔한 재미없는 선거였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놀라운 결과라고 말하는, 모두에게 다른 의미를 가진 선거가 끝이 났다. 나는 개인적으로 놀라웠다. 부산·경남 지역에서 보수가 아니면서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정치를 할 수 있는 다시 없을 기회였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한편, 젠더 이슈가 없어도 정말 너무 없는 선거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과 몇 달 전까지 우리 사회에서 '미투'는 엄청난 이슈였음에도 선거 기간 내내 여성 폭력에 대한 논의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나마 서울시장으로 나온 신지예 후보가 페미니스트 시장을 표방하며 여성의 폭력에 대한 논의를 이어간 정도였다.

여성 이슈도 사라졌지만 선거기간 동안 여성 후보도 그다지 많지 않았다. 전국 광역단체장 여성 후보는 전체 71명 중 6명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서울에 3명이 집중되어 있었고 부산과 세종, 제주가 각 1명이었다. 물론 이 중 당선인은 아무도 없었다. 1995년 첫 지방선거 이후 광역자치단체장 가운데 여성 당선인이 한 명도 없다고 하니 더욱 놀라웠다. 기초단체장 여성 후보는 749명 중 35명으로 4.7%에 불과해 광역단체장 여성 후보보다 더욱 낮았지만 서울 3명, 부산 3명, 경기도, 대전 각각 1명의 여성 기초단체장이 선출되었다.

선거 기간에 한 지인은 "우리 지역은 후보자들 중 여성이 정말 많아요. 이제 진짜 여성시대인가 봐요. 정치 영역에서도 여성이 대세네요."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 지인의 지역구는 부산진구이며 실제로 부산진구는 구청장 후보와 구의원 후보 중 여성이 있었고 실제로 당선되었다. 그렇다면, 다른 지역도 그랬을까? 물론 그렇지 않다. 그러나 사람들은 "여성 후보들이 꽤 많다"는 생각을 비슷하게 했을 것이다. 그 꽤 많았다는 느낌은 실제 수치로는 어떠할까?

전국적으로 광역의원 후보 중 여성은 14.5%이며 기초의원 후보 중 여성은 18.7%였다. 경남은 광역의원 후보 중 여성은 12.1%, 기초의원 후보 중 여성은 12.8%였다. 그리고 실제로 당선된 여성 광역의원은 7.7%, 여성 기초의원은 14.9%에 불과했다. 우리는 10명 중에서 2명도 채 나오지 않은 여성을 많다고 느끼는 것이다. 물론, 비례대표 의원들을 포함하면 여성 비율은 광역의원 13.8%, 기초의원 25.8%로 월등히 높아진다. 그럼에도, 10명 중 3명이 채 안 되는 수준이다.

이번 선거 기간에는 SNS를 통해 '#투표용지에_여성정치'라는 해시태그 운동이 확산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무효표를 만드는 운동에 많은 사람이 참여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후보자 중 여성 비율이 낮은 것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었다.

'여성이 무슨 정치를…'이라는 인식은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유효하며 정치 영역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경쟁력이 낮다는 인식 또한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이는 여성 할당제가 비례대표에서는 충실히 이해되는 반면, 공천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 것과 연결된다. 정치 영역은 여전히 중년 남성의 영역이며 여성들이 진입하기 쉽지 않은 장벽이 존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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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끔 눈에 띄는 몇몇 여성 정치인들을 보며 '정치 영역에 여성들이 꽤 많이 진출해 있구나'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꽤 많이…'라는 실제 수치로 보면 10% 중반 정도에 불과하다.

정치가 몇몇 뛰어난 여성만 진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시민의 이해와 요구를 성실히 반영하고 정책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그야말로 생활정치를 꿈꾸는 다양한 여성이 진출할 수 있는 영역이 되어야 의미 있다는 생각은 아직 이른 것일까? 다음 선거에서는 더욱 다양한 여성 후보들과 다양한 이슈들이 넘치는 선거를 기대해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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