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폭주에 매출도 껑충, 맥주·야식메뉴 판매 상승

진호정(37·창원시 진해구) 씨는 지난 18일 밤 2018년 러시아월드컵 한국과 스웨덴의 경기를 보면서 먹으려고 배달주문앱으로 치킨을 주문했다. 몇 군데 치킨집에 주문을 시도했지만 주문을 할 수 없었다. 어렵게 주문 가능한 치킨집을 찾았다. 경기시작 한 시간 전인 오후 8시쯤 주문했지만 치킨이 도착한 건 2시간이 지난 10시였다.

한국축구대표팀은 조별리그 1차전에서 스웨덴에 0-1 뼈아픈 패배를 당하며 고개를 숙였지만 치킨 등 배달음식점과 유통업계는 월드컵 특수에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창원시 마산회원구에서 치킨배달전문점을 운영하는 이영민(38) 씨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쏟아지는 치킨 주문에 정신이 없었다. 이 씨는 "축구경기 시작시각에 맞춰 배달해달라는 예약 주문 전화가 물밀듯 했다"고 말했다.

주문시간이 몰린 탓에 경기에 맞춰 온 주문은 아예 받지 못했다. 이 씨는 "주문을 모두 처리할 수 없어 수화기를 내려놨다. 우리뿐 아니라 다른 가게들도 난리였다고 하더라. 배달대행업체를 이용하는데 피크 시간대 배달 진행 건수가 100건 이상 됐다"고 전했다.

쉴 새 없이 바쁜 하루였지만 이 씨는 만족스러웠다. 평소 평일 주문과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매출이 올랐기 때문이다. 이 씨는 "복날보다 더했다. 올해 월드컵은 시간대가 좋아 매출이 오르기를 조금 기대했는데 예상보다 주문량이 많아 깜짝 놀랐다"며 "오늘(19일) 하루 가게를 쉬기로 했다. 지금도 가게 청소하러 나온 것"이라고 했다. 이 씨는 남은 두 경기 시간이 밤 12시, 11시로 늦지만 영업시간을 연장할지 고민하고 있다.

또 다른 치킨음식점 주인 김정덕(49·창원시 진해구) 씨는 "닭이 없어 못 팔았다"고 했다. 김 씨는 "월드컵을 기대하고 평소보다 재료를 많이 준비했는데도 금세 떨어졌다. 50마리 정도 주문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족발·보쌈전문점 주인 안양정(47·창원시 마산회원구) 씨도 "평소 평일보다 30%가량 판매량이 늘었다"며 "4년 전 브라질월드컵 때는 경기 시간이 모두 새벽, 아침이어서 재미를 못 봤다. 그래서 이번에는 재료를 조금 준비했는데 금방 동나버려 더 팔지 못했다"고 입맛을 다셨다.

대형마트도 월드컵 특수를 제대로 누렸다.

이마트는 "경남부산지역 이마트의 경기 당일 강정류(치킨 포함), 튀김류 전체 매출이 지난해 같은 날보다 112.1% 올랐다"고 19일 밝혔다. 같은 기간 맥주(65.6%)와 육포 등 건조간식(31.0%)도 매출이 상승했다고 덧붙였다.

롯데마트 관계자도 이날 "18일 롯데마트 전 점포의 치킨 매출이 지난주 같은 날과 비교해 166.8% 급증했다"고 전했다. 홈플러스 마산점은 평일 대비 치킨·안주류 매출이 30%가량 증가했다고 했다.

대형마트들은 월드컵 호재를 이어가고자 치킨, 족발 등 야식 메뉴와 맥주 할인 행사를 27일까지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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