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상회] (11) 남해 양떼목장 '양마르뜨언덕'최승원 대표
회사 그만두고 뉴질랜드행 생태관광자원 활용 등 익혀...놀리던 땅 목장 조성 '결실'
"편의·안전시설 갖추는 중… 쾌적하게 한 후 정식 개장"

북슬북슬한 양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어 먹다가 양몰이 개 보더콜리의 인도에 따라 우르르 목장 안으로 들어간다. 이 목가적인 풍경은 강원도 대관령 양떼목장의 것이 아니다. 남해군 독일마을 인근에 새롭게 문 연 '양마르뜨언덕'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양떼목장 하면 으레 대관령을 떠올리지만 남해에도 양떼목장이 세 군데 있다. 설천면에서 양모리학교, 상상양떼목장이 영업을 하고 있고, 지난 5월 19일 삼동면 독일마을 인근에 '양마르뜨언덕'이 개장했다. 정식 개장 전이라 주말(금~일)에만 손님을 받는다.

양마르뜨언덕을 운영하는 이는 서른한 살 청년 최승원(31) 대표다. "아버지가 한우 사육을 하셨습니다. 사육 규모를 키우고 소를 방목하려고 땅 3만여 평을 사들이셨어요. 그런데 IMF 경제위기와 광우병 사태가 터지면서 가계가 기울었습니다. 아버지 건강도 나빠졌죠. 아버지는 방목지를 팔고 싶어하지 않으셨어요. 구석구석 부모님 손길이 닿은 땅을 놀릴 수 없었습니다. 땅을 관리하면서 관광상품화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다가 양떼목장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남해양떼목장 독일마을 양마르뜨언덕 최승원 대표가 양몰이 개 '모스'와 함께 웃고 있다. /강해중 기자

최 대표는 잘 다니던 외국계 회사를 나와 2014년 뉴질랜드로 떠났다. 방목지를 활용할 방법을 찾기 위해서다. 포도농장 등에서 일하면서 목장, 캠프장 등 뉴질랜드 생태관광자원을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했다. 뉴질랜드에서 돌아온 뒤에는 고향 남해에서 식당을 운영했다. 3~5년 정도 종잣돈을 마련해 양떼목장을 만들 생각이었다. 식당은 제법 잘됐지만 오래지 않아 문을 닫았다. "기존에 남해에는 양떼목장이 양모리학교 한 군데였는데 하나 더 생겼습니다. 더 기다렸다간 늦을 것 같았죠."

최 대표는 양모리학교 마태용 대표를 찾아갔다. 상황을 설명하고 부지를 제공할 테니 함께 양떼목장을 운영하자고 제안했다. 마 대표는 함께하는 대신 도와주기로 했다. "본받을 게 많은 분입니다. 새로운 경쟁자가 들어오면 진입을 막는 게 당연한데 내 일처럼 도와주십니다. 자연스럽게 경쟁 구도가 생겼지만 앞으로 각자가 지닌 장점, 특색을 살려서 상생하는 모델이 되길 바라요."

최 대표는 먼저 굴착기 한 대를 구입해 방목지에 널브러진 고철과 쓰레기를 치웠다. 정리가 된 뒤에는 땅을 고르고, 울타리를 쳤다. 목장 구역에 잔디를 깔았다. 이 모든 걸 대부분 혼자서 했다. 최 대표의 뜻을 이해한 지인들이 틈틈이 품앗이해 도와줬다. 주변에서는 '식당 망해서 소 키우고 있다', '놀고 있다' 등 반갑지 않은 소문이 최 대표 귀까지 들려왔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혼자 하는 일이라 진행 속도가 더뎌 1년 6개월여 만에 겨우 목장 형태를 갖췄다. 마 대표에게서 양 49마리와 양몰이 개를 분양받고 사육법을 배웠다.

양떼목장이 생긴다는 소문이 돌면서 여러 곳에서 문의가 들어왔다. 최 대표는 손님을 받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했지만 이어지는 관람 문의에 주말에만 손님을 받기로 했다. 첫 손님을 받은 날 최 대표는 감격했다. "손님이 안 오면 어쩌지 조마조마했는데 연인이 왔습니다. 두 명에게 받은 입장료가 6000원이었습니다. 식당을 할 때는 하루 매출 400만 원도 해봤는데 1년 반 만에 6000원을 버니 감회가 새롭더군요. 그날 총 4팀 받았습니다."

이후 주변 지인들의 도움으로 목장 손님이 늘고 있지만 최 대표는 당분간 정식 개장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기본적인 편의시설, 안전시설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고객들에게 좀 더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상태로 개장하고 싶습니다. 제 기준에 조금 부족합니다. 100%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문제들을 해결하고 나서 정식 개장하고 본격적으로 홍보도 할 생각입니다."

양마르뜨언덕의 최종 단계는 테마파크다. 최 대표는 양마르뜨언덕을 남해에 오면 꼭 방문해야 할 관광지로 성장시키고 싶다고 했다. "양은 시발점입니다. 양 말고 다른 동물도 같이 키울 생각입니다. 단순히 보고 먹이만 주는 것이 아니라 액티비티 프로그램을 구성해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테마파크 형태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또 양젖을 이용해 음료를 생산하고 가공식품을 만들 겁니다. 자리를 잡으면 직원을 뽑고 기업화해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게 목표입니다. 테마파크 안에 청년 푸드트럭존도 만들어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양떼목장(남해군 삼동면 금암로 179-45) 관람 문의는 전화 055-867-4488로 하면 된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https://namhaeyang.modoo.at) 참고. 

※독자 여러분 주위에 응원하고 싶은 청년상인과 청년 창업자가 있다면 강해중 기자(midsea81@idomin.com, 010-9442-1017)에게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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