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서 도의원 3선 실패
"10대 도의회 부끄러운 과거 11대 의회 반면교사 삼아야"
마지막 임시회 '작심 쓴소리'…낙선 이유 두고는 "내가 부족"

마지막까지 여영국은 여영국다웠다. 여 의원은 19일 열린 제10대 도의회 마지막 회기인 제345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5분 발언을 했다.

제목은 '8년간 의정 활동을 마무리하며…', 부제는 '마지막 쓴소리'였다.

자신이 도의원으로 일한 8년, 특히 홍준표 도정 4년 4개월여를 겪으면서 지켜본 '한쪽으로 기울어진' 도의회가 보인 부끄러운 과거를 되돌아보고, 새로 선출돼 들어올 11대 의회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지점을 짚었다.

여 의원은 "제가 살아온 세월 중 지난 8년이 가장 힘들고 보람된 시간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무상급식 원상회복과 홍 전 지사 사퇴 요구 단식 농성에 함께해 준 학부모와 도민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홍 전 지사 3대 도정 농단 사건은 재조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주의료원 폐업 △무상급식 지원 중단 △박종훈 교육감 주민소환을 위한 도민 개인정보 불법 취득과 불법 서명 사건을 두고서다.

제10대 경남도의회 마지막 회기가 19∼26일 열린다. 19일 열린 제354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정의당 여영국(가운데) 의원이 동료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

그는 "진주의료원 폐업은 간호사 등 노동자들을 강성 노조와 귀족 노조로 포장하고 노동자들이 비리 온상인 양 왜곡 선전해 공공성을 파괴한 사건"이고 "도지사 주민소환운동 원인이 됐던 무상급식 지원 중단 문제는 도민을 편 가르기 하는 갈등 정치 표본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도청 고위공무원과 홍 전 지사 최측근 기관장, 직원 등이 관여한 도민 개인정보 불법 취득과 불법 서명 사건은 도청 역사상 최대 불법 비위 사건"이라며 "홍 전 지사는 조사 한 번 받지 않았고 의회는 침묵했다"고 짚었다.

그는 "이들 사건은 반드시 재수사로 진상 규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유한국당이 다수를 점한) 의회가 최소한 역할을 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났겠느냐"며 "홍준표 도정 아래 도의회는 힘센 권력자에게 비굴했고, 소수자는 철저히 배제했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러면서 "내달 출범할 김경수 도정과 더불어민주당 도의회도 지난 과거를 반드시 반면교사 삼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이날 발언 신청자는 여 의원이 유일했다.

2010년에 이어 2014년 지방선거 에서 도의원 창원5 선거구에 출마해 재선한 여 의원은 당시 '전국 유일 진보 정당 소속 광역의원'이라는 타이틀로 주목을 받았다.

도내 민주개혁 진보진영 내 유일한 '재선' 도의원이 된 그는 불통과 독선, 오만으로 가득 찬 홍준표 도정과 그를 제대로 비판과 감시, 견제하지 못하는 한국당 의원 50명과 맞섰다.

특히 그는 무상급식 중단 철회를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벌인 데 이어 박종훈 교육감 주민소환투표 관련, 홍 전 지사 측근인 정무직 공무원들이 도민 개인정보를 불법 취득하고, 불법 서명을 벌여 실형을 받은 데 분노해 홍 전 지사 퇴진을 촉구하며 8일간 단식 농성을 벌여 전국적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홍 전 지사로부터 '개', '쓰레기'라는 모욕적인 말을 들은 것은 물론 얼토당토않은 8가지 명목으로 검찰에 고소·고발까지 당했다.

이후에도 도의회 본회의에서 식수댐 건설 논란 관련 언쟁을 벌이다 홍 전 지사로부터 "겐세이(견제) 놓는다", "저런 사람 때문에 도의회가 시끄럽다"는 등 모욕을 당하기도 했다.

이처럼 온갖 굴욕에도 홍 전 지사와 일방적 도정에 쓴소리를 마다치 않았던 그는 6·13 지방선거에서 3선 도전에 나섰으나 민주당 후보와 접전 끝에 낙선했다. 여 의원 낙선을 두고 많은 이들은 지역구인 창원5 선거구에 같은 진보 정당인 민중당 후보가 나선 데 따른 표 분산이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여 의원은 그러나 이는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내가 좀 더 많은 사람을 만나려 한 발 더 뛰고 노력했어야 하는데 인지도가 높다는 심리적 장막에 갇혀 더 열성적으로 선거에 임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아울러 민주당 바람이 이렇게 높을지 예측 못 해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실제 창원5 선거구 주민들 사이 여 의원을 향한 평가는 극과 극이다. '오만한 홍준표에게 유일하게 맞섰다'는 평가와 함께 '지역민 안위보다 자신의 정치 행보에만 치중했다' 등이다.

이전만 해도 민주당이 후보를 내기 어려웠지만 대선 이후 정치지형이 바뀐 이번 선거는 달랐다. 찍을 사람이 없어 진보 정당을 선택했던 민주당 지지자들로서는 여 의원이 홍준표 도정을 격하게 비판했듯, 민주당 도정에도 그리할 것이라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여 의원은 이를 두고 "사전·관외투표함을 열었을 때 당락이 바뀌었는데 여기에 표를 던진 사람은 내가 지역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모르는데다 대체로 여당인 민주당 지지 성향이 많았다"며 "좀 더 나를 낮춰서 선거에 나서야 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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