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명 도의원 중 여성 단 4명에 불과
제도 개선 통해 여성 정치인 키워야

이번 6·13지방선거는 전국적으로 보든 경남만 보든 크나큰 정치적 지형변화를 불러온 게 사실이다. 광역단체장을 두고 보면 대구와 경북, 그리고 제주를 빼면 죄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도를 파랗게 물들였다.

여당과 제1야당의 게임으로 본다면 거의 일방적으로 자유한국당이 녹다운된 상황이다. 다시 일어날 수나 있을까 싶을 정도다.

경남은 한국당 명패 달고 깃대만 꽂으면 게임 끝이던 지역 아니었던가. 그런데 이번에 도지사뿐만 아니라 시장·군수, 도의회, 시·군의회 선거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대거 선택받았다. 특히 도의회 민주당 점유율이 눈에 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한국당 전신 새누리당은 비례대표 포함 55석 가운데 50석을 꿰찼었다. 그야말로 압도적이란 표현이 어울린다. 그런데 이번에는, 58석 중 21석. '짓밟힌 캔'이 된 느낌이다.

이러한 선거 결과가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이겠나. 거만과 오만, 불손한 태도를 보여온 정당에 대한 실망, 그리고 변화에 대한 열망이다. 한국당이 왜 그렇게 초라해져버렸는지 스스로 돌아볼 일이다. 나로선 '깃대'를 들먹일 정도로 맹목적이던 경남 민심이 냉철한 시선으로 정치를 바라보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런 변화가 정말 반갑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쉬움이 있다. 경남도의회 여성정치인이 세월이 흐를수록 늘어야 할 판에 답보상태를 보이기 때문이다. 선거통계시스템 사이트를 보면, 2010년 제5회 지방선거 때는 54명 중 여성의원 수는 비례 포함 8명이다. 2014년 제6회 선거 10대 도의회에 진출한 여성의원 수는 55명 중 8명. 그런데 이번에는 58명 중에서 여전히 8명이다.

그것도 지역구 도의원 52명 중에는 4명에 그쳤다. 비례대표가 아니면 여성 의원의 역할을 기대하기엔 꿈도 못 꿀 선거분위기다. 그동안 도의회 의정활동을 돌이켜 보면, 정확한 통계를 내긴 어려워도 여성 의원들의 성적이 좋았다. 이는 유럽 선진국의 정치지형에서 여성 정치인들의 비율이나 활동을 비교해봐도 방증이 된다.

우리나라 성인지 지수가 얼마나 낮은지 굳이 설명 안 해도 알겠지만,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정치적 권한 분야 통계를 보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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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개국 중 90위. 경제활동 분야는 더 심각하다. 우리도 선진국 반열에 들었다고 막 자랑하던 근거가 대체 무엇인지 모르지만 이러한 통계를 보고서도 목에 힘 주고 다닐 수 있겠나 싶다. 어제 본보 <정정당담> 코너에서 장상환 교수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다. 찬성한다. 전문가들이 더 많이 의회에 들어가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또 여성 정치인 수 확대 계기가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으로서는 상책이다. 하지만 여성 정치가 유럽처럼 일상화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번 정치지형의 격변처럼 언제 또 여성 정치가 돌풍을 일으키는 격변을 맞게 될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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