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참패 충격 심화…친박·중진의원 책임 도마에
중앙당 해체·당명 개정 등 거론된 방책에도 반응 싸늘

"지금 자유한국당은 마치 목적 없이 바다를 부유하는 해파리떼 같다. '유령의 집'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도내 한국당 한 관계자의 토로다. 그만큼 무엇을 한들 답이 아닐 것 같고 잘될 것 같지도 않은, 구심점과 동력 없는 희망 없는 집단으로 한국당이 전락했다는 이야기다.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한국당이 미증유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조기 전당대회, 중앙당 해체,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한 혁신과 인적 청산 등 다양한 대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모두 당을 살리기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많다.

단적으로 거론된 방책들은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직후 인명진 전 비대위원장이나 홍준표 전 대표 주도로 몇 번씩 써먹었던 것이다. 그 혁신과 청산의 결과가 오늘날 보수정치의 참담한 몰락인 셈이다.

난파선을 이끌 새 지도부에 이주영(창원 마산합포) 의원,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 경남 인사 다수가 회자되고 있지만 공허하게 다가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누가 됐든 현재 당 상황에 책임이 있는 사람이나 전혀 새롭지 않은 인물이 스스로 당 대표로 나서는 건 볼썽사나운 일이고, 국민은 또 반성은커녕 벌써 권력투쟁, 밥그릇 싸움한다며 안 좋게 볼 것"이라며 "그렇다고 책임론이나 인적 청산론을 제기하는 사람은 떳떳할 수 있느냐, 그것도 전혀 아니다. 침묵하자니 당 혁신을 외면하는 꼴이 되고, 반대로 목소리를 높이자니 분란만 일 게 빤하고 이래저래 절망적인 현실"이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한국당 초선 의원 5명은 기자회견을 열어 "과거 10년 동안 보수정치 실패에 책임이 있는 중진들은 정계를 은퇴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실명 언급은 안 했지만 여기에는 주요 당직을 맡았던 5선의 이주영 의원을 비롯해 4선 김재경(진주 을)·이군현(통영·고성) 의원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마침 6선의 김무성 의원이 2020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물꼬틀 텄다. 김무성 의원과 가까운 김재경 의원도 한 언론에 '정계 은퇴' 가능성을 시사해 이목을 끌었다.

문제는 앞서 중진 은퇴를 주장한 초선 의원들조차 자격 논란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친박계(친박근혜계)로 분류돼온 정종섭 의원이 대표적이다. 전여옥 전 새누리당 의원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박 전 대통령 시절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내는 등 '진박' 인증하던 사람이 이 정도면 역대급 철판"이라며 "기자회견을 한 초선들은 홍준표 전 대표 막말에 버금가는 한국당 궤멸의 진짜 책임자들"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나마 당 개혁에 앞장서야 할 초·재선 대부분이 숨죽이고 있거나 하나마나 한 이야기만 하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경남의 경우 재선의 박대출(진주 갑) 의원을 비롯해 초선 박완수(창원 의창)·강석진(산청·함양·거창·합천)·엄용수(밀양·의령·함안·창녕) 의원 등이 친박계로 통한다.

박완수 의원은 "국민이 한국당을 외면한 건 누구 책임이라기보다 한국당 정치인 모두의 책임"이라고 했다. 박대출 의원은 "민심은 우리에게 반성과 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그것은 표변이나 돌변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변화여야 한다. 정체성과 가치를 잃어서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18일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중앙당 해체 △당명 개정 △원내중심 정당 구축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을 핵심으로 하는 혁신안을 내놓았지만 역시 싸늘한 반응이다.

한 중진 의원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일단 김 원내대표 자신부터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데 어떻게 혁신 작업을 주도한다는 것인가"라며 "웃기는 짓을 하고 있다. 당내 반발이 거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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