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다수대표제 복지지출 확대에 한계
지지율 따른 정당 의석 배분이 해결책

이번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득표율보다 훨씬 많은 의석을 차지했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득표율이 51%인데 광역의원은 전체 824석 중 652석으로 79%를 차지하고 각 선거구에서 1명만 뽑는 지역구 광역의원은 737석 중 605석으로 무려 82%를 차지했다. 각 선거구에서 2∼4인을 뽑는 지역구 시군구 의원은 민주당이 2541석 중 1400석으로 55%에 그친 것과 대조된다. 비례대표 의원의 경우 민주당은 광역의원 비례대표 87석 중 47석(54%), 시군구의원 비례대표 385석 중 238석(62%)을 차지했다. 자유한국당은 의석이 크게 줄었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득표율 28%에 광역의원은 전체 824석 중 137석(17%)에 불과했다. 기초의원은 1009석으로 34.5%를 차지했다. 반면 진보정당인 정의당은 광역의원 비례대표 투표에서 9%를 얻었음에도 광역의원은 지역구 1석과 비례대표 10석, 시군구 의원은 지역구 17석, 비례대표 9석에 그쳤다.

이러한 정당별 의석 점유율이 2020년 총선에도 나타나면 민주당은 200석 이상을 차지할 수 있다. 국정 운영이 수월해지겠지만 법안을 졸속 처리할 우려가 있다. 한국당은 대구·경북을 제외한 지역에서 국회 의석을 거의 얻지 못해 의석이 50석을 넘기지 못할 수도 있다.

복지국가 확립과 경제민주화를 통해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대적 과제다. 한국은 1인당 국내총생산 3만 달러에 도달하여 거의 선진국에 들어갔음에도 소득 불평등이 심각하다. 이 때문에 저출산으로 현재 인구의 유지조차 위협받고 있다. 가난하고 외로운 노인들의 자살률은 세계최고 수준이다. 복지지출 확대와 임금 불평등 개선을 위한 법률은 국회에서 가로막히고 있다. 근본적 문제 해결을 앞당기려면 국회 의석 배분이 달라지도록 비례대표를 확대해야 한다. 여러 선진국을 대상으로 한 선거제도 비교연구에 따르면 비례대표제가 단순다수대표제보다 복지지출 확대에 유리하다. 지역구에서 1명만 뽑는 단순다수대표제는 사표 우려 때문에 진보정당의 의석 확보가 어렵고 당연히 복지지출 확충의 압력이 약해진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각 정당의 의석수는 정확하게 정당투표 득표율에 따라 배분된다. 독일의 경우 2017년 총선에서 좌파당과 녹색당은 지역구에서 5석, 1석밖에 당선되지 못했지만 정당투표 득표율 9.2%, 8.9%로 비례의석을 배분받아 각각 69석과 67석을 차지했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독일식의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한국당은 이번 지방선거의 광역비례 득표율 28%로도 84석 정도를 차지하고 전국정당을 유지할 수 있다. 정의당은 10%를 득표하면 30석을 얻을 수 있고, 녹색당도 사표심리가 줄어들어 5% 이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정의당과 녹색당은 독일식 비례대표제 도입을 꾸준히 주장해왔다. 한국당은 그동안 다수당으로서 비례대표제 확대를 반대해왔지만 이제 처지가 달라졌다. 비례대표제가 확대되면 민심에 비례한 의석 확보가 가능하니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유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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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민주당의 자세다. 민주당의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에서 공직 선거의 비례성을 높이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민주당도 그동안 야당의 어려움을 겪으며 비례대표제 확대를 꾸준히 주장해왔다. 그런데 여당이 되고 난 후 우려스러운 행태를 내보였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각 지역의 선거구 획정위원회가 표의 등가성을 높이려고 내놓은 3인 또는 4인 선거구 확대안을 내던지고 2인 선거구로 쪼갬으로써 소수정당 의회 진출 기회를 크게 축소한 것이다. 민주당이 개혁정당임을 자부한다면 2020년 총선과 2022년 지방선거에서 민심과 의석비율이 일치할 수 있도록, 책임 있게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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