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안전공단 직원들 모금, 2층 테라스에 보금자리 마련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4월 23일 월요일 아침.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이하 공단) 주차장에 하얀 털이 엉켜 비에 흠뻑 젖은 배고픈 강아지 한 마리가 찾아왔다. 강아지는 며칠을 굶었는지 배가 움푹 들어간 앙상한 몸과 지친 눈으로 사람들을 경계하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다른 곳으로 가겠지 여겼지만 강아지는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여전히 공단을 서성이고 있었다.

강아지는 계속 내리는 비와 배고픔에 지쳤는지 언제부턴가 현관 앞 처마 밑에 몸을 누이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본 직원들은 안타까운 마음에 소시지 등 간식을 주었다.

강아지는 직원들을 따라 회사 밖을 나가기도 했지만 조금 지나면 다시 공단으로 돌아왔고 계속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 직원들이 '승돌이'와 함께 2층 테라스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승강기안전공단

한 직원이 주인을 잃은 유기견으로 생각해 진주시 유기견보호센터에 연락을 했고, 강아지는 그렇게 공단을 떠났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지만 몇몇 공단 직원에게는 그 강아지에 대한 '짠함'이 남아 있었다.

유기견보호센터 강아지들은 일정기간이 지나도록 입양되지 않으면 안락사를 당할 수 있다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연락을 취했다.

아직 보호센터에 있다는 것을 확인한 공단 직원들은 입양자가 없으면 공단에서 키워보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며칠 후 공단으로 데려왔다. 강아지는 그 사이 공단에 정이 들고 그리웠는지 직원들을 보자 꼬리를 흔들고 몸을 비비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뜻을 같이하는 24명의 직원이 모여 삽시간에 네이버 밴드에 KoELSA(Korea Elevator Safety Agency) 유사모(유기견을 사랑하는 모임)를 만들었다. 십시일반 돈을 모아 애견용품을 준비하고 집을 지어 2층 테라스에 보금자리를 마련해주었다. 그렇게 공단 가족이 되었고, '승돌이'라는 이름도 지어주었다. 유사모 회원들은 먹을 것을 주고 목욕시키기 등 '승돌이'를 돌보고 있다.

2층 테라스는 직원들의 휴게장소로 꾸며졌지만 이전까지는 흡연공간에 불과했다. 그런데 요즘은 직원들이 일부러 테라스를 찾아와 '승돌이'와 잠시나마 뛰어놀면서 활력을 되찾는 등 훨씬 밝은 분위기의 공단으로 탈바꿈했다.

강아지 또한 건강하고 밝은 모습을 되찾아 직원들에게 재롱을 부리며 공단의 활력소가 되었다.

한 직원은 "옛 구전설화에 삽살개는 귀신을 쫓는다고 한다. '승돌이'도 공단 가족으로 함께하는 동안 승강기 사고를 물리치고 안전을 지키는 공단의 마스코트이자 수호견으로 무럭무럭 자라기 바란다"고 말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