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대피 안내방송 없어, 스프링클러도 작동 안 해
주민 안전불감 불안 고조

양산시 소주동 천성리버타운 아파트에서 불이 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주민들 사이에서 '안전불감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방선거 개표작업이 한창이던 지난 13일 오후 8시 56분께 발생한 불은 30여 분간 계속돼 내부를 모두 태우고 나서 소방당국에 의해 꺼졌다. 아파트 19층에서 발생한 불은 1500여만 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무엇보다 방안에 있던 ㄱ(53) 씨가 숨지면서 경찰과 소방당국이 정확한 화재 원인과 경위를 수사하고 있다.

문제는 화재가 발생했는데도 화재경보기와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 게다가 화재로 주민 50여 명이 긴급대피하고 일부 주민은 유독가스가 빠지지 않아 다른 곳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등 소동이 있었지만 제대로 된 안내방송조차 없었다는 것이 주민들 이야기다.

더구나 일부 주민들은 화재경보기가 오작동이 많고, 스프링클러는 누수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평소에 이를 꺼두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여기에 주차공간이 부족해 야간에는 이중주차가 일상화돼 있어 소방차 진입 공간마저 자동차가 차지한 탓에 제때 화재를 진압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천성리버타운 아파트는 1998년 9월 입주를 시작한 20년 된 아파트다. 3000가구 규모로 양산지역에서 가장 큰 단지여서 새벽 시간 불이 났다면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주민들은 지난해 제천에서 올해 밀양까지 대형 화재가 잇달아 일어나면서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참사가 반복됐지만 '안전불감증'이 여전하다며 철저한 원인 조사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소방당국은 화재경보기 미작동에 대해 지난 3월 정기검사에서 문제를 파악하고 오는 25일까지 행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아파트 화재안전시설 관리·운영 위탁업체 측 역시 계획에 따라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 화재가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소방당국과 업체 측은 스프링클러 미작동은 압력밸브 문제로 파악하고 이른 시일 내 조치한다는 태도다.

하지만, 평소 안전시설을 운영하지 않는다는 의혹에 대해서 업체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가운데 소방당국은 추가 조사를 통해 진위를 알아볼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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