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우 여행작가와의 만남 현장
창원 살롱드가로수 행사 초청
낯선 곳에서 두려움과 싸우며
나만의 가치 찾은 경험 소개

창원 용호동 지하에 있는 살롱드가로수. 맛있는 수제 맥주로도 유명하지만, 테이블 곳곳에 책이 놓여 있고 독서모임과 강연은 물론 음악 공연도 자주 열리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이곳에서 지난달부터 작가와의 만남 시리즈 행사가 열리고 있다. 지난달 17일에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비서관 출신으로 <대통령의 글쓰기> 등 책을 쓴 강원국 작가를 만났다. 지난 8일 <1만 시간 동안의 남미> 등을 쓴 박민우 여행작가에 이어 17일에는 <아름다운 사람 권정생> 등을 쓴 이충렬 전기작가를 만날 예정이다.

지난 8일 오후 8시 박민우 여행작가 행사를 찾았다. 그리 크지 않은 홀이 20여 명 독자로 가득 찼다. 수제 맥주와 다과를 앞에 두고 그가 풀어낸 이야기는 여행이 가져다준 삶의 극적인 변화에 대한 것이었다.

◇무엇이 그를 여행자로 만들었나 = 원래 그는 잡지사 기자였다. 성공한 친구, 성공한 아들을 꿈꾸던 성실한 직장인이었다. 그는 연예인을 인터뷰하는 일을 했다. 적성에 맞지 않았다. 직장을 그만두고 런던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사실은 여행이었다. 유럽을 여기저기 다녔다. 참 좋았다. 돌아와 프리랜서로 일했다. 돈이 벌리지 않았다. 스트레스가 심했다.

"원형 탈모가 심해지면서 자신감을 잃었어요. 마치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 같았죠. 나는 철저히 죽어가고 있구나 싶었어요."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그는 무작정 남미로 떠났다.

"저는 겁 많은 사람이었어요. 남미는 위험한 곳이었죠. 하지만, 여행비가 싸면서 가성비가 좋은 곳이었어요. 불안한 남미 치안보다 내가 죽어가고 있다는 공포심이 더 컸어요."

한비야 작가 여행기가 도움이 됐다. 여행을 가도 죽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남미를 돌아다닌 이야기가 그의 첫 책 <1만 시간 동안의 남미>(전 3권, 플럼북스, 2007·2008) 시리즈에 실려있다. 돌아와 보니 세상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세상이 보는 가치가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고민했다. 남미, 유럽, 아시아를 돌아다니며 그가 지금까지 여행자로 살아가는 이유다.

창원 살롱드가로수에서 열린 작가와의 만남에서 박민우 여행작가가 여행을 통해 바뀐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서후 기자

◇여행을 오래 하면 생기는 변화 = 처음에 그는 안내책자에 충실한 여행자였다. 파리에 가면 에펠탑이나 몽마르트르 언덕을 가 보는 방식이다. 그게 여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수많은 장소를 다녔다. 풍경을 보고 울 때도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런 게 심드렁해졌다.

"지금은 아주 멋진 풍경을 봐도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제 인식을 뛰어넘는 풍경을 자주 봐서 그래요. 그런 순간들을 몇 번 경험하고 나니까 이제 눈물이 안 나와요. 방송 같은 데서 어마어마한 풍경을 봐도 저길 꼭 가고 싶다가 아니라 그 풍경을 직접 보면 어느 정도 감동을 하겠구나 예상이 돼요."

그렇다고 여행에 대한 호기심이 사라진 건 아니다. 멋지고 좋은 것에 대한 가치 기준이 바뀐 것이다.

"지금은 도시의 오래된 가게들, 시장, 일상들, 골목들 이런 작은 것들이 제 마음을 설레게 해요. 그런 변화가 왜 왔을까 생각해보면 남들이 좋다거나, 해야 한다고 하는 일반적인 가치관들과 나의 가치관이 달라진 거예요."

같은 맥락으로 그는 가난함을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처음 여행을 하면서 통장 잔고가 0에 가까워지는 것은 공포 그 자체였다. 항상 내일을 준비하며 살던 그였다. 그런데 지금은 스스럼없이 통장 잔고가 겨우 몇십만 원뿐이라고 밝힌다.

"어느 순간 0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상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보통 얼마가 필요하고 얼마를 벌어야 하고 얼마나 남았으니 얼마를 써야 한다, 이런 식의 삶을 살죠. 저도 솔직히 가난이 달갑지는 않아요. 하지만, 저보다 부자인 사람이 생각하는 그 행복이 부럽지 않아요. 그 행복을 기다리면서 너무나 당연하고 지겨운 것들을 감내하면서 살잖아요."

◇떠나라 그대여 = 그는 참석한 사람들에게 자유여행을 가보라고 권했다. 가능하면 오랠수록 좋다.

"여행사를 통하지 말고 자유여행을 가보세요. 가능하면 길게요. 4, 5일이라도 좋아요. 그렇게 여행이 길어지면 어느 순간 직장을 포기할 용기가 생길 거예요. 여행이 뭔가요? 내가 어디 가서 논 거잖아요. 놀기만 해도 삶이 바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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