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犬)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 이 말은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즐겨 사용하는 말이다. 홍 대표 또한 '내가 정치를 하면서 즐겨 사용하고, 좋아하는 말이다. 누가 무어라고 하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내 갈 길을 간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홍 대표는 경남도지사 시절 진주의료원 폐업에 반대하는 민주노총 조합원을 향해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고 말한 바 있고, 경남도의회 여영국 의원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조치에 반발하는 친박계 의원 등 자신이 하는 일에 반대만 하면, 내 편 네 편을 가르지 않고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말을 했다.

지난달 한국당 정우택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방선거 앞으로 보름 이대로는 안 된다. 당 지도부는 백의종군할 것을 호소한다'고 했다. 이에 홍 대표는 '자기들이 망쳐 놓은 당을 살려 놓으니 선거를 불과 보름 앞두고 대표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분란을 일으켜 지방선거를 망치게 하고 그 책임을 나에게 돌려 물러나게 하려는 심보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여기서 논란이 되는 개는 홍 대표가 하는 일에 반대하는 상대방이 되고 홍 대표는 이를 무시하고 힘차게 달리는 기차가 되는 것인데, 이 말이 비유화법이라 하더라도 상대방을 개에 비유하여 말하는 것은 자신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막말이 되는 것이다. 어떤 분은 김영삼 전 대통령 또한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말을 자주 했는데, 왜 김 전 대통령이 이 말을 하는 것은 문제가 없고, 홍 대표가 이 말을 하면 문제가 되는가? 하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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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김영삼 전 대통령이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말을 사용한 것은 군사독재정권을 향한 저항의 말이지만,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이 민주화된 오늘 자신이 하는 일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독설(毒舌)로 비칠 수밖에 없다. 정치는 말의 성찬이라고 했는데 적정하고, 품위 있는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당내 다양한 의견을 듣고, 그 여론을 당 운영에 반영해야 할 당 대표가 '네가 무어라고 하더라도 내 길을 간다'는 것은 심각한 불통(不通)이 되고, 당내 인사라 하더라도 자기가 하는 일에 반대하면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고 말하는 것은 사리분별 못하는 철없는 사람들이나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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