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기 고장 등 문제 속출했는데 경남선관위 '황당 변명'

이번 6·13 지방선거 개표소 곳곳에서 투표분류기 고장과 기계조작 미숙 등으로 개표결과가 늦게 집계되는 문제점이 발생했다. 그런데도 경남선거관리위원회는 사전투표율이 높았기 때문이라는 변명만 하고 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개표는 14일 날이 새고도 이날 오전 10시 15분에서야 완료됐다. 이뿐 아니라 산청군 개표소에서도 투표분류기 고장으로 13일 오후 10시까지 온라인 집계 개표율 0%를 찍고 일일이 수작업을 하기도 했다. 또 창원시 성산구 개표소도 오후 10시 30분에서야 기초의원비례대표 개표 집계를 시작했다.

창원시 진해구 개표소에서도 투표분류기가 고장이 나 약 1시간 동안 투표지 분류기를 운영하는 한 곳이 멈췄고, 김해시 개표소와 창원시 마산합포구는 선거사무원들의 실수 등으로 개표가 늦어졌다. 이 외에도 크고 작은 기계적 결함과 실수로 개표소 접수부나 개함부, 집계부 등이 멈출 때도 있었다.

제7회 전국동시 지방선거 투표일이었던 13일 창원컨벤션센터 전시장에서 개표 종사원들이 투표지를 분류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14일 오전 1시께 성산구 개표소에서 만난 정당 추천 개표참관인은 개표가 뎌뎌지는 모습에 "기계를 조작하는 게 미숙한 게 눈에 띈다. 분명히 연습도 했을 텐데 느리다. 또 선관위 일부 직원만 분주하게 움직인다. 가뜩이나 개표가 늦어졌는데 태평하게 앉아만 있으니 빨리 끝날 리가 있겠느냐"며 안일한 태도를 지적했다.

여러 곳에서 문제가 발생했지만 경남도선관위는 개표 지연 이유를 '기계적 결함 또는 조작 미숙'이 아닌 '사전투표율 증가'라고 했다. 경남도선관위는 사전투표율이 높아짐에 따라 분류과정에 많은 시간을 들이면서 개표시간이 늦어졌던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이번 경남지역 지방선거 사전투표율 23.84%는 4년 전 지방선거(11.89%) 때보다 높았다.

경남선관위 관계자는 "사전투표가 늘어나면서 시간이 그만큼 증가했다. 사전투표에서도 관외투표와 거소투표 분류에 가장 많은 시간이 쓰였다"면서 "기계는 완벽하게 통제되지 않는다. 이따금 문제가 발생했지만 시간 지연 이유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1인당 7장, 최대 8장 투표를 함에 따라 분류 작업이 늦어진 것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사전투표율이 경남보다 조금 높았던 경북(24.5%)은 2014년 지방선거와 비슷한 시간에 개표가 끝났다. 가장 늦게 마감된 구미지역은 14일 오전 8시 45분에 끝났다. 경북선관위 관계자는 "예년과 비슷했다. 사전투표율이 높았지만 개표시간 지연과는 연관성이 없었다"고 했다.

중앙선관위도 사전투표율이 높아져 개표가 늦어진 것은 아니라고 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전국 평균 개표 마감 시간은 오히려 4년 전과 비교해 1시간 정도 줄어 평균 오전 3시에서 4시 사이였다. 전국 사전투표율은 20.1%로 지난 6회 지방선거(11.49%)보다 약 9%p나 높았지만 시간은 1시간 정도 단축해 경남선관위 주장과 대비된다.

중앙선관위는 개표 시간 단축을 위해 투표분류기를 전국적으로 추가 도입했고, 선거사무원도 늘렸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사전투표율이 개표시간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개표시간이 지연되는 주된 이유는 아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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