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와 맞서며 이름 각인 대통령 지지율도 긍정 영향
보수 단일화 실패·표 분산 네거티브전도 역풍 맞아

17대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당선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문재인 대통령' 두 사람의 숨은 조력자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홍 전 대표는 지난 2015년 경남도지사 재임 때 무상급식 중단 사태를 일으키며 박 교육감과 부딪혔고, 이는 당시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다. 무상급식 갈등은 오히려 박 교육감 인지도를 높이는 데 일등 공신이었다. 문재인 대통령 조정으로 이뤄진 남북·북미정상회담은 이번 선거에서 모든 이슈를 삼키며 더불어민주당 바람을 일으켰고, 이는 교육감 선거에도 영향을 미쳐 전국적으로 진보교육감 후보들 압승으로 이어졌다.

이번 선거에서 박 교육감은 84만 3735표(48.39%), 박성호 후보 41만 5084표(23.8%), 김선유 후보 29만 4042표(16.86%), 이효환 후보 19만 485표(10.92%)를 얻었다. 박 교육감은 월등히 많은 표를 얻어 진보교육감 2기를 열었다.

지난 2014년 선거에서 3명 후보(박종훈·고영진·권정호)가 모두 30%대 지지율로 경합을 벌였다면 이번 선거는 박 교육감에게 어렵지 않은(?) 선거였다. 경남교육 혁신을 내걸고 경남도교육청에 입성한 박 교육감은 지난 4년간 현장에 변화를 불어넣었다. 이 과정에서 당시 홍 지사와의 무상급식 파동 갈등은 전국적으로 경남교육감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당선인이 14일 오후 경상남도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박효관 위원장으로부터 당선증을 받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

박 교육감 선거캠프 관계자는 "선거 전 학부모 면접조사를 한 결과 부정이든 긍정이든 70%가 박종훈 교육감을 알고 있었다. 이는 무상급식 파동을 통해서다. 부동층이 30~40%인 점을 고려하면 이름 석 자를 정확하게 아는 인지도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남북·북미정상회담이 몰고 온 민주당 바람도 박 교육감에게 도움이 됐다. 박 교육감을 비롯한 진보교육감 후보들은 전국 17개 시·도 중 14곳에서 승리했다. 반면 보수진영 후보 당선은 대구·경북·대전 등 3곳에 그쳤다. 교육감선거 당선인 17명 중 10명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인 점도 눈에 띈다.

경남교육감 중도·보수진영 단일화를 주도한 이런교육감선출본부(이하 이선본) 역시 보수 패인을 '단일화 실패'보다 여풍(與風)에서 찾았다. 김정수 이런교육감추대본부경남지부 사무총장은 "이선본은 시·도에 12명 교육감 후보를 추대했다. 이 중 3명만 당선됐다는 것은 경남에서도 단일화 실패만이 원인이 아니었음을 입증하고 있다"며 "선거 시작과 끝을 장식한 남북·북미 정상회담과 대통령 지지율 등 사회 전체 분위기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박성호·김선유·이효환 후보가 단일화를 이뤘다면 보수 후보가 뽑혔을 것이라는 데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김 사무총장은 "실제 진보교육감 정책에 반감을 지닌 보수 지지자들의 단일화 열망은 대단했다. 경남에서 보수 단일화가 성공했다면 방관자적 보수 지지자를 결집해 분위기는 달라졌을 것"으로 평가했다. 이어 "선거 막판 미투 폭로는 상대 측 주장을 덮을 만한 확실한 임팩트를 제시하지 못해 오히려 진보 세력 결집 효과를 불러왔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교육계 종사자는 "단일화 여부와 관계없이 네거티브 선전, 차이점이 없는 공약 등 여전히 구태의연한 보수진영 선거 전략은 4년 전과 마찬가지로 표심을 읽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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