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된 대안·정책 실종, 유력 인사 이탈 인물난도
광역·기초 당선인 5명뿐…지난 지방선거 절반 '참패'

경남 진보정당 6·13지방선거 성적표가 형편없다.

이번 선거에서는 자유한국당을 위시한 '보수' 정당만 무너진 게 아니다. 한때 민주계 정당을 밀어내고 도내 제1 야당 역할을 자임해 온 '진보' 정당도 더불어민주당 바람 앞에 한 줌 재가 돼버렸다.

◇초라한 성적 = 이번 선거에서 정의당은 광역·기초의원 후보 18명 중 경남도의회 이영실(비례), 창원시의회 노창섭(마 선거구)·최영희(비례), 거제시의회 김용운(마 선거구) 후보 등 4명이 당선했다. 후보 23명을 낸 민중당은 진주시의회 류재수(나 선거구) 후보만 당선했다. 이렇듯 진보정당 소속으로 당선한 사람은 총 5명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진보정당 소속 당선인이 광역 1명, 기초 8명 등 총 9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당시에는 통합진보당 당내 부정선거 논란, 이석기 의원 사태, 정당 해산 등으로 이어지는 박근혜 정부의 전방위적인 압박이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촛불 혁명으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1년 만에 열린 이번 선거는 어느 때보다 사회 변혁 열망이 높은 호기에 놓여 있었음에도 진보정당은 맥을 추지 못했다.

◇높고 강한 더불어민주당 바람 =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높은 지지율 벽을 넘지 못했다. 문재인-민주당 정부는 특히 그동안 진보정당이 강점을 보인 노동, 통일 의제를 주도했다.

몇 년째 지속하는 경남 조선 산업 위기를 도민 눈높이에 맞춰 최대한 성의있게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창원시 진해구·거제시·통영시·고성군 등을 조선업 위기에 따른 고용위기대응 특별지역에 이어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으로까지 지정해 불안 여론을 잠재웠다. 남북·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체제를 구축하는 등 굵직한 외교 성과도 냈다.

진보정당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의제와 이슈를 선점당하고도 차별화된 새로운 대안과 정책을 내놓지 못했다.

◇유력 진보 인사 이탈…인물난에 신음 = 도내 많은 진보 정치 인사들이 민주당행을 택한 것도 진보정당에 악재로 작용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당선한 진보 정당 출신 인사로는 경남도의원 이옥선(창원7)·송순호(창원9)·빈지태(함안2) 당선인, 창원시의원 공창섭(다 선거구)·전홍표(아 선거구)·문순규(파 선거구)·김태웅(너 선거구) 당선인이 있다.

공창섭 당선인을 제외하고는 최근 2~3년 사이 진보 정당을 떠나 민주당에 둥지를 틀었다. 촛불 혁명과 탄핵 사태, 조기 대선을 전후로 민주당을 향한 도민 지지가 높다는 점에서 당선 가능성을 먼저 생각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이들이 비록 여당이지만 민주당 개혁성이 후퇴하지 않도록 진보적 의제에 지속적인 목소리를 낸다면 좋은 일이다. 그러나 당론을 이유로 자신의 소신과 맞지 않는 불합리한 이슈와 의제에도 눈을 감는 일이 반복된다면 경남 정치에 악재가 아닐 수 없다.

◇동남권 진보 벨트 무색 = 2000년대 초 민주노동당이 창당한 이후 창원과 거제, 울산을 잇는 조선·기계 산업단지는 노동자 정치 세력화에 성공하면서 이른바 '동남권 진보 벨트'라고 불렸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불어닥친 민주당 바람은 창원, 거제 등 경남뿐만 아니라 울산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만 통합진보당 9명, 노동당 1명을 당선시킨 울산 내 진보 정당도 올해는 민중당 후보 단 1명만 당선에 성공해 초라한 성적표를 보였다.

◇낙선한 진보 인사 행보는 = 전국 유일 재선 광역의원이던 정의당 여영국(창원5) 의원이 민주당 바람에 낙선 고배를 마셨다. 진주시의회 내에서도 합리적인 의정활동으로 신망이 두터웠던 같은 당 강민아 의원도 낙선했다. 창원시의회 민중당 김석규·강영희·정영주 의원도 분루를 삼켰다. 거제시의회 노동당 송미량·한기수 의원도 낙선했다. 이로써 노동당 도당은 정당으로서 존립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이들 진보 정치 인사들은 비록 낙선했지만 다선 의원으로서 지역민들로부터 높은 신망과 두터운 지지를 받아 온 터라 앞으로 행보와 정치 재기에 관심이 쏠린다. 이들 중 일부는 당장 2년 뒤 열릴 21대 총선에서 국회 진출을 노릴 준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으로 진보 정치가 혁신을 통해 다시금 도민 사랑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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