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서 민주당 압승 어떻게 가능했나
조선 불황 따른 변화 요구·정치인 잇단 이탈도 원인

경남에서 민주당이 압승하고 한국당이 참패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인구 100만 도시인 창원을 포함해 김해·양산에서 승리하면서 도내 최대 인구 집결지인 동부 라인을 석권했다. 여기에 더해 거제·통영·고성이라는 동남해안권 시·군에서까지 승리하면서 인구 230만여 명에 이르는 시·군의 행정을 책임지게 됐다.

서부경남 내륙으로까지 기세를 이어가지는 못했지만 남해에서도 민주당 깃발을 올렸는가 하면, 끝까지 서부경남 한국당 소속 당선인들을 긴장시켰다.

김해와 양산은 몇 해 전부터 민주당 지지율 상승세가 뚜렷한 지역이어서 논외라 한다 하더라도 창원을 넘어 고성·통영·거제까지 민주당 바람이 이어졌다는 건 주목할 만하다. 특히 서부경남에서 대부분 민주당 후보들이 선전했다는 걸 감안하면 가히 '격세지감'이라 할 만하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반성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자유한국당에 대한 실망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홍준표 대표가 연이어 '막말 행보'를 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민심이반을 불러일으켰다는 해석이 대표적이다.

경남 역시 전국적인 경향에서 벗어나지 않은 모습이지만, 좀 더 특별한 이유도 꼽을 수 있다.

먼저 홍 대표의 '막말 행보'가 경남도민에게는 더욱 직접적인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홍 대표는 경남도지사 재직 시절 진주의료원 폐업과 무상급식 중단으로 도민 간 갈등을 조장한 바 있으며, 이미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 등의 막말을 쏟아내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 때문에 김경수 도지사 당선인은 이번 선거를 "홍 대표에 대한 심판이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창원에서는 홍 대표가 자신의 측근인 조진래 전 경남개발공사 사장을 전략공천하면서 '낙동강 전선' 붕괴를 자초한 측면이 있었다.

'낙동강 전선 붕괴'를 더욱 가속화한 것은 거제·통영·고성 지역 경제에 직격탄을 날린 조선산업 몰락이었다. 조재욱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조선경기 불황의 책임이 전 정권에 있다는 판단 아래 이번 정권에 조선 산업을 회생시킬 기회를 준 투표 성향이 감지된다"고 진단했다.

이뿐 아니라 통영과 거제에서 탄탄한 지지 기반을 다져온 중견 정치인들이 대거 한국당을 탈당해 민주당에 가세한 것도 동남해안권 정치지형 격변에 영향을 미쳤다.

3당 합당이 이루어지기 전 통일민주당에서 활동한 김윤근 전 경남도의회 의장을 필두로 제정훈(고성1)·황대열(고성2) 도의원과 홍준표 전 도지사 시절 정무조정실장을 지낸 고성 출신 남상권 변호사 등이 한국당에 등을 돌리면서 한국당에 대한 민심 이반은 더욱 가속화됐다.

민주당 바람이 미치지 못한 서부경남에서도 유권자들의 복잡한 속내가 포착된다. 가령 한국당 윤상기 당선인에게 51.89%의 득표율을 안긴 하동이지만 광역비례의원 투표 결과는 민주당 43.22%·한국당 43.1%였다. 반면 민주당 장충남 당선인에게 46.16%를 안긴 남해군민은 광역비례의원 투표에서 민주당 40.87%·한국당 46.69%의 결과를 도출시켰다.

한국당에 대한 '미워도 다시 한 번'과 '이제는 바꿔 보자'라는 감정이 혼재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조 교수는 "이번 선거 결과는 야당이 쇄신을 하지 못하고 참신한 인물을 영입하지 못하면서 빚어졌고, 반면 민주당은 문 대통령의 덕을 본 측면이 강하다"며 민주당 자치단체장들이 짊어져야 할 짐도 그만큼 무겁다는 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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