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적폐' 시정 단절 추측…시청 공무원 속내 '복잡미묘'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는 첫 창원시장이 될 허성무 당선인을 향한 시청 공무원들의 시선이 미묘하다.

허 당선인과 민주당을 개인적으로 지지하느냐 지지하지 않느냐를 떠나 과연 어떤 시정을 펼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표출되는 분위기로 파악된다.

물론, 자유한국당과 그 전신 정당 출신이라 하더라도 저마다 개성이 다른 만큼 새로운 수장을 맞이할 때마다 공무원으로서는 막연함 불안감을 지닐 법도 하다.

그러나 지난 20여 년간 자유한국당 소속 시장들이 공유해온 모종의 대원칙 같은 시정 원리가 분명히 존재했다는 점에서, 민주당 출신 창원시장을 맞는 공무원들의 속내는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허성무 창원시장 당선인이 14일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했다. /임채민 기자

아니나 다를까 6·13 지방선거 다음날인 14일 창원시청은 조용하면서도 술렁술렁하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바로 그곳에서 허 당선인의 첫 일정이 시작됐다.

허 당선인은 이날 마산 3·15 국립묘지와 창원 충혼탑, 그리고 봉하마을 참배에 앞서 시청 프레스센터를 찾았다. 허 당선인의 말 속에는 공무원들을 향한 여러 시그널이 내포돼 있었다. 듣기에 따라 공무원들에게 안정감을 주기 위한 의도로 해석되었는가 하면 모종의 '군기잡기' 시도로도 읽혔다.

지난 시기 보수 정당 시장 의도대로 시정을 펼친 일부 공무원들을 '적폐'로 상정하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허 당선인은 "적폐라는 용어를 쓰고 싶지는 않다"고 못박았다.

그러면서도 허 당선인은 "토목과 건설만 잘하면 좋은 행정인 것처럼 보였던 과거 프레임에서 벗어나 사람 중심의 시대정신에 맞는 행정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화'를 강조한 것이다. 이는 "시장이 오만하면 공무원도 방자할 수밖에 없고, 시장이 겸손하게 초심을 잃지 않으면 공무원들도 시민들에게 더욱 친절해질 수 있다"는 발언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허 당선인이 강조한 '패러다임 변화'는 진행 중인 여러 대형 사업에서 구현될 전망이고, 이 과정에서 '적폐성 행정(?)'이 불거질 가능성도 농후해 보인다.

허 당선인은 마산해양신도시 사업과 관련해 "해양신도시 조성 사업에 3400억 원이 들어갔는지 검증하겠다"면서 "아무런 검증 없이 천문학적인 액수가 투입됐다고 인정하는 건 바보들이나 하는 일"이라고 다소 강경한 발언을 했다.

사업비 검증을 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수차례 변경된 것으로 알려진 마산시와 현대산업개발 간 '협약서' 공개를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그동안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이 협약서 공개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고, 창원시는 이를 거부해 왔다.

허 당선인이 당선인 신분으로 처음 방문한 시청에서 던진 '화두'는 "과거 프레임에 갇히지 말고 변화된 시대정신을 읽으라"는 것이었다.

허 당선인의 알 듯 모를 듯한 공무원들을 향한 이 같은 '시그널'은 15일 시작될 인수위 활동에서 더욱 구체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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