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도의회 '제1당' 창원 등 기초의회서도 대약진
도민 '집행부 거수기'심판…다양한 민의 수렴 기대

더불어민주당 34석, 자유한국당 21석, 정의당 1석, 무소속 2석.

경남 정치사(史)에 길이 남을 기록이 2018년 6월 13일 쓰였다. 1990년 3당 합당 이후 30년 가까이 민주자유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으로 이어져온 보수 일당 독점체제가 마침내 종언을 고했기 때문이다. 6·13지방선거 경남도의원 선거 결과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획득했다. 한국당은 제2당으로 내려앉았고, 정의당은 비례대표 후보 당선으로 겨우 체면치레를 했다.

경남 정치 지형이 이날 하룻밤 새 대격변을 일으켰다. 어느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변화,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환경 앞에 지역 정가는 향후 정치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례 없는 대약진 = 경남은 '보수 아성'으로 불릴 만큼 보수세가 강했다. 이 탓에 도의원도 늘 보수 정당 소속이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제1회(1995년) 지방선거 지역구 85곳(울산 포함) 중 민주자유당 52명-무소속 33명, 제2회(1998) 지역구 46곳 중 한나라당 41명-무소속 5명, 제3회(2002) 지역구 45곳 중 한나라당 44명-무소속 1명, 제4회(2006) 지역구 48곳 중 한나라당 44명-민주노동당 1명-무소속 3명, 제5회(2010) 지역구 49곳 중 한나라당 35명-민주당 2명-민주노동당 4명-진보신당 2명-국민참여당 1명-무소속 5명, 제6회(2014) 지역구 50곳 중 새누리당 47명-노동당 1명-무소속 2명 등이었다. 비례대표를 포함해도 보수 정당이 과반 의석을 내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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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격변 이유는 =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때부터 드러나기 시작한 보수 정당의 부패와 무능이 1차 원인으로 분석된다. 촛불혁명과 탄핵, 조기 대선을 지나면서도 반성은커녕 되레 남북·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켜 한반도 평화를 견인한 문재인 정부에 어깃장을 놓고, 국민을 겁박한 한국당 태도는 도민 분노를 임계점에 다다르게 했다. 특히 전직 도지사를 지낸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의 갖은 막말은 도민 분노를 폭발시켰다. 이른바 '창원 빨갱이' 발언은 화룡점정(畵龍點睛)이었다. 이는 창원 14개 도의원 선거구 중 12개를 민주당이 독식한 사실에서 잘 드러난다.

마냥 외부에서 이유를 찾을 수만도 없다. 홍준표 도정 4년 4개월 동안 한국당 일당 독점 구조에 놓여 있던 도의회는 진주의료원 폐업, 일방적인 무상급식 중단, '채무 제로'를 명목으로 12개 공적기금 폐지 조례 의결 등 도민 열망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감시와 견제, 비판은 사라진 채 도정 감싸기에만 급급한 도의회를 도민은 표로 심판할 준비를 해왔고, 이번 선거에서 증명해보였다고 할 수 있다.

◇여대야소(與大野小), 김경수 도정 득 될까? = 경남은 민주당 도지사, 민주당 과반 도의회라는 전례 없는 정치 지형 앞에 놓였다. 언뜻 봐서는 김경수 당선인이 자신이 가다듬은 도정 철학을 구현하는 데 좋은 조건을 갖췄다.

하지만 21명 한국당 의원들은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민주당은 김지수(창원2), 류경완(남해) 당선인을 제외하면 모두 초선이다. 반면 한국당은 4선 이병희(밀양1), 3선 김진부(진주4), 재선 박삼동(창원10)·강민국(진주3)·예상원(밀양2)·박정열(사천1)·박우범(산청) 등 다선이 여럿 있다. 한국당 초선 중에는 시·군의회에서 정치 경험을 쌓은 인물도 많다. 더구나 한국당이 원내교섭단체를 꾸려 조직적으로 정치력을 발휘하면 김 당선인과 민주당 의원 모두 대응이 쉽지 않다. 홍준표 전 지사 시절 오만과 독선, 불통 도정을 경험한 도민들로서는 현재 도의회 내 지형이 그리 나쁘지만도 않다.

'과도한 발목 잡기'가 아닌 이상 다양한 민의를 받아 안을 것이라는 기대도 큰 만큼 이전과 다른 도의회 모습에 도민들 눈과 귀가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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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군별 정치 변화도 관심 = 도의회만큼이나 시·군의회 구성도 크게 바뀌었다. 민주당 허성무 당선인 '카운터 파트너'가 될 창원시의회는 민주당과 한국당 의원이 21명 동수를 이뤘다. 이 둘 사이에 정의당 의원 2명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역시 같은 민주당 시장·군수를 맞이한 통영과 고성, 남해 기초의회 구성은 여소야대(與小野大) 형국이다. 민주당 출신 단체장이 30년 가까이 열세를 나타낸 지역에서 어떤 정치력을 보일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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