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 지향·리그 활성화 위해
1982년 KBO리그 원년 도입
'타고투저' 부추긴다는 지적도

멀티플레이어가 각광받는 시대다. 인터넷으로 모든 게 연결되고 직종·업종 간 장벽이 허물어진 세계에서 한 가지 일만 잘해선 '인재'로 평가받기 어렵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 주변 곳곳에서는 '한 가지 일'에만 매진하는, 그 덕분에 엄청난 발전을 이루는 이들이 많다. 야구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명타자 이야기다.

지명타자는 수비는 하지 않고 투수 대신 타격만 전담하는 타자를 말한다. 지명타자 제도는 1973년 아메리칸리그에서 처음으로 채택, 그해 4월 뉴욕과 보스턴 대결에서 첫선을 보였다. 이날 지명타석에 들어선 선수는 뉴욕 양키스 론 블룸버그로 4구로 출루함으로써 야구사 새 기록을 썼다.

지명타자 제도는 타격이 상대적으로 약한 투수를 빼고 경기 박진감과 공격력을 높이고자 만들어졌다. 지명타자 제도가 야구 전반에 끼친 영향도 크다. 투수 처지에서는 타격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오로지 투구에만 전념할 수도 있게 했다.

한국 프로야구는 1982년 출범부터 지명타자 제도를 뒀다. 공격적인 야구를 지향한다는 이유에서다. 자연히 지명타자와 관련한 규칙도 마련해 뒀다.

규칙집에는 '경기 전 제출된 타순표에 기재된 지명타자는 상대 선발 투수가 물러나지 않는 한, 그 투수에 대하여 적어도 한 번은 타격을 끝내야 한다'라며 지명타자 의무를 설명해 두고 있다.

지명타자 소멸 예도 들었다. △지명타자가 수비에 나갔을 때 △등판 중 투수가 다른 수비위치로 나갔을 때 △지명타자의 대타·대주자가 그대로 투수로 되었을 때 △등판 중인 투수가 지명타자의 대타·대주자가 되었을 때 △야수를 교대하면서 등판 중이거나 새로 출장하는 투수를 타순표에 넣었을 때 지명타자는 사라진다. 아울러 규칙에서는 지명타자에서 대타·대주자를 기용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이때 지명타자와 교대된 그 선수가 지명타자가 된다.

물론 지명타자를 둘러싼 부정적 시각도 있다. 야구가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변했다는 점, 타고투저로 투수 부담·소모가 늘어났다는 점이 한 예다. 그럼에도 지명타자가 타석에 들어설 때 얻는, 한 방을 터트려 줄 것이라는 기대감은 변함이 없다. 그 기대감이 타자 활약에 따라 확신으로 혹은 실망으로 바뀌는 일 역시 야구의 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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