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밭농사 상호보완 체계 형성
농업 위기 속 새로운 계기될 것

세기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으로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다방면의 교류협력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지난 4·27 공동선언과 이어진 남북고위급회담에서 우선 다루어진 경제분야 의제는 동해선과 경의선 철도·도로 연결, 산림분야 협력 등이었다. 또한, 북미회담 진행 경과에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등 중단되었던 협력사업과 농업분야 교류·협력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질 가능성이 있다. 남측의 남아도는 쌀문제, 북측의 식량난이라는 현실이 바로 보여주듯 시장경제와 계획경제라는 이질적인 남·북의 미래 통합을 지향하는 관점에서도 농업분야의 상호보완적인 협력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88년 대북한 경제개방조치를 통해 북한산 농수산물 반입이 허용되면서 남북 간 농업교류협력은 시작됐다. 소규모 상업적 매매거래 위주로 진행되던 농업교류협력은 1990년대 중반 북한의 식량난을 계기로 인도적 식량지원으로 확대됐다. 위탁가공교역이나 농업투자협력 등 다양한 유형이 모색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다.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는 농업분야의 양적, 질적인 확대를 가져왔으나 쌀 차관 제공과 비료, 영농자재 지원과 같은 일방적인 지원형식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급변하는 남북관계와 국제정세를 고려할 때, 이제는 장기적인 이익증진과 상호보완 관점의 농업부문 교류를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그동안 논의됐던 농업부문 상호보완 유형은 논농사 중심의 남한과 밭농사 중심의 북한 사이에 식량생산의 역할분담과 분업생산 정도이다. 하지만, 남북한 모두 화해협력 단계, 연합단계, 완전통합 단계의 단계적 통일 방안을 상정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통일에 대비한 남북 농업협력의 목표를 설정하고, 실현해 가는 발전단계를 상정하며, 단계별 협력 기조를 설정하는 등 거시적 접근 방식이 농업 교류협력 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상호보완적인 농업체계를 실현하는 남북 농업협력의 첫 번째 단계는 북한의 농업생산력을 복구하여 북한의 식량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쌀·비료 지원과 자본과 기술지원을 통한 농업개발을 유도할 수 있으며 국민적 공감과 동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두 번째 단계는 북한의 농업생산력이 정상적으로 복구된 것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협력을 통해 낮은 수준의 상호보완적 농업체계를 형성하는 단계다. 쌀 생산에서 우위가 있는 남한과 잡곡생산에서 비교우위가 있는 북한 사이에 식량생산 역할분담과 분업생산체계 구축이 과제가 될 것이다. 마지막은 상호보완적인 농업체계를 고도화시켜 남북농업의 통합체계를 구조적으로 정착시키는 단계이다. 상호보완적 농업체계가 고도로 높은 수준으로 발전하고 완전히 구조적으로 정착하게 되면 실질적으로 남북 간 농업부문의 통합이 완료되고 경제공동체 일부로서 농업공동체가 완성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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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인구 감소와 농가소득의 정체 속에서 북한의 농업개발과 상호보완적인 교류협력은 한국농업의 위기 속의 기회이다. 하지만, 단기적이고 일방적인 지원방식은 퍼주기 논란을 유발할 수 있을뿐더러,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농업에 기여하는 정도가 제한적이다. 단계적이고 체계적인 농업분야 협력을 통해 한국농업의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어쩌면 예상 외로 빨리 도달될 수 있는 남북 간 교류협력과 통일의 시대에 대비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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