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북미회담이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렸다. 1953년 정전협정 체결 후 북한과 미국이 외교를 통해 그동안 굳어진 응어리와 갈등을 해소하려는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번 회담의 공동발표문은 매우 포괄적이고 추상적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날 이루어진 합의문에는 북미관계 개선, 체제 보장, 완전한 비핵화, 실종자 및 사망자 유해 본국송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북미회담 이전부터 있었던 체제보장과 비핵화라는 핵심 사항을 서로 맞바꾸었지만 합의 내용은 구체적이고 다양한 의제를 담기보다는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약속을 담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합의문의 구체적인 이행과정을 두고 북미는 만남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북미회담 이전에 있었던 수많은 회의론과 부정적인 시각을 씻어낼 수 있는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행위 및 실천이 이제는 뒤따라야 한다.

이번 북미회담의 성사는 그야말로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회담 성사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보여준 중재 노력과 촉매 역할은 현재 한반도가 처한 상태와 위치를 잘 보여주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선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 우리의 입장에서 협상 상대방의 태도나 의중을 탓하기보다 협상 테이블에 실제로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시작하는 자리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문 대통령의 노력이 주효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한 번의 북미회담을 두고 성공과 실패라는 단정적 평가를 내릴게 아니라 이후의 전개과정에 촉각을 세울 필요가 있다.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어떠한 모습을 보였는지 하는 것보다 정상들의 만남 이후 그들의 약속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천할지에 더욱 관심을 보이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우리 정부의 구체적 역할이 이제는 정말 있어야 한다.

거짓말처럼 성사된 북미정상회담이라는 사실 자체에 만족하기보다는 이후 진행과정을 냉정하게 지켜보고 평가하는 제3자가 필요하다. 이 역할을 우리 정부가 다시 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이해관계의 직접적 당사자인 우리 민족과 정부가 나서서 각종의 협상과 사업을 진행시킬 때 실현가능성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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