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후보 중 누가 돼도 대권주자 반열
김경수 "노무현·문재인 잇겠다" 주목

오늘(6월 13일) 밤이면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릴 김경수(더불어민주당)·김태호(자유한국당) 두 경남도지사 후보의 1차 방송광고 영상을 보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호평과 악평이 분분한데, 기자는 두 사람에게 가장 필요하고도 강력한 선거 전략을 영상화했다는 점에서 일단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참신하게 다가온 건 김태호(이하 '후보' 생략)였다. "폭삭 망해봐야 정신 차릴끼다"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현재 한국당과 보수세력의 처지를 과감하고 솔직하게 드러냈다.

김태호에겐 비전이나 공약이 급한 게 아니었다. 국정농단 사태 공범으로 찍혀 허무하게 정권을 빼앗긴 정당이 "그저 고개 숙이고 위로해드리는 것" 말고 "묵묵히 계란 세례를 받는 것" 말고 더 무엇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물론 여기엔 철저한 계산도 숨어 있을 것이다. 정공법으로 안 되니 불쌍하게라도 보여 동정표를 끌어모으자는 전략 말이다. "뽑아달라는 말도 믿어달라는 말도 차마 나오지 않았"다니, "어무이 아부지 정말 죄송합니다"라니 표는 몰라도 최소한 어깨는 두드려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김경수 영상은 솔직히 참신하지 않았다. 또 노무현·문재인이야? "노무현 그리고 문재인, 우리 경남은 두 거인을 키워낸 자랑스러운 땅입니다"로 시작하는 이 영상은 김경수를 다시 또 누군가의 비서관·측근으로, 홀로 서지 못하고 누군가에게 기대야만 하는 존재로 인식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반전이 있었다. 바로 이어진 이 문구. "거인은 거인을 낳습니다. 노무현과 문재인을 이제 김경수가 이어갑니다." 아무리 온갖 과장과 허세가 넘치는 선거판이라지만 이 '선언'은 김경수가 노무현·문재인의 후계자임을, 최소한 그럴 수 있음을 만천하에 공식화한 것 같았다. '대권' 이야기만 나오면 "제 문제가 아니"라며 몸을 빼던 그가 지방선거를 계기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두 가지 효과가 있을 것이다. 김경수가 늘 말하는 대로 문 대통령 최측근으로서, 집권여당의 힘 있는 후보로서 경남을 새롭게 바꿀 적임자는 바로 자신임을 설득력 있게 드러냈다고 일단 볼 수 있다. 더 중요한 건 두 번째다. 이번에 자신을 경남지사로 뽑아주면 노무현·문재인에 이어 대통령까지 될 수 있는, 경남을 대표하는 '큰 정치인'을 만들어내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경남이 대한민국 정치·경제의 중심이길 바라는 도민 입장에서 이보다 더 매혹적인 제안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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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히 알려진 대로 이번 경남지사 선거는 전국적으로 가장 큰 관심을 받았다. 민주당과 한국당의 성패를 가를 기준점, 문재인 정부 향후 국정운영 기조를 결정할 바로미터, 보수세력의 정치적 운명이 달린 접전지 등 어마어마한 해석이 뒤따랐다. 그리고 또 하나, 경남지사 선거는 다음 또는 다다음 대선의 향배를 가늠할 중요한 시발점이 될 것이다. 누구든 이기는 자는 대권 주자 반열에 성큼 올라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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