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조화 추구한 현대시조야말로 생태시"
창녕 우포늪 배경으로 생태시조 역사·흐름 소개 
"환경문제 비판·성찰하는 작품들 꾸준히 나오길"

생태시학을 이야기하기에 이곳만한 데가 또 있을까. 1억 년 생명을 품은 우포늪, 그중에서도 목포늪 습지 한쪽을 빌려 우포시조문학관이 있다.

원래는 우포늪 보전을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온 환경단체 '푸른우포사람들' 사무실 건물이다. 2016년 이곳에 이우걸문학관이 들어섰다. 푸른우포사람들은 문학관을 열며 굳이 창녕에서 태어난 이우걸(72) 시조시인 이름을 붙였다. 40여 년 현대시조의 길을 개척하고, 불도저 같은 개발시대에 위태하게 흔들리던 생명을 따뜻하게 감싸려 했던 시인. 자연과 문학을 결합해 생태 교육의 새 지평을 열려 했던 푸른우포사람들이 이우걸 시조시인을 선택한 이유다.

지난 9일 우포시조문학관 앞 나무 그늘에서 '현대시조와 생태환경'을 주제로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주제와 어울리게, 한껏 물오른 푸름을 배경으로 펼쳐진 보기 드문 세미나 현장이었다.

'현대시조와 생태환경' 학술세미나에서 박정선(오른쪽) 창원대 교수가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이서후 기자

박정선 창원대 국문과 교수가 주제 발표를 맡았다. 그는 지난 역사에서 생태시 발생 과정을 간단하게 짚은 후 대표적인 시조 작품 몇 편을 통해 생태시조의 흐름을 살폈다. 우선 생태계 파괴 현장을 구체적으로 드러낸 시조들이다. 예컨대 유재영 시인이 '물총새에 관한 기억'에서 "텔레비전 화면 속 녹이 슨 갈대밭에/폐수를 배경으로 실루엣만 날아간다/길 없는 길을 떠돌다 되돌아온 물총새"라고 한 부분이다.

또 파괴되지 않은 생태계 원형을 지향하는 작품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이우걸 시인이 '늪'을 통해 우포늪을 두고 "새가 와서 노래를 낳고/풀씨가 꽃을 피우고/깨어져 혼자 떠돌던 종소리도 쉬다 가지만/생명의 여인숙 같은/이곳엔/거절이 없다"고 표현한 것을 들고 있다.

우포늪 나무 그늘에서 진행된 '현대시조와 생태환경' 학술세미나. /이서후 기자

박 교수는 현대시조를 생태시라는 카테고리에 담았다. 전통 문학에서 출발한 시조가 현대성을 품고 현대시조로 발전했지만 여전히 '인간과 자연의 행복한 합일이라는 서정성'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전통을 이어 앞으로도 전 지구적 환경 문제를 비판하고 성찰하는 작품이 꾸준히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박 교수는 강조했다.

토론에 나선 류미야 시조시인은 '삶에 밀착된 가장 곡진하고 구성진 삶의 노래야말로 생태시로서 시조가 가야 할 방향'이라며 현대시조가 단순한 문학 형식이 아닌 생생한 삶이 생활양식이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날 세미나는 제2회 우포시조문학제(9~10일) 행사의 하나로 전국 시조 사이버 공모전 시상식과 '이우걸 시조세계' 학술세미나에 이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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