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구석 스민 커피향 지나던 걸음도 붙드네

언뜻 보면 도심지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동네입니다. 중심 도로(원이대로)를 가운데 놓고 세워진 상업 건물과 그 안쪽을 채우는 상점과 빌라들. 일부러 찾아갈 일이 없는, 걸으며 사색에 잠길 수 있는 거리가 아니죠. 그런데 언젠가부터 원이대로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고, 대로 너머 산과 하늘을 보는 이들이 한둘씩 보이더니 이곳을 '도리단길'이라 부르기 시작합니다. 몇 년 사이 늘어난 스무 개가 넘는 카페들이 특별히 흥미로울 게 없던 거리를 리듬감 있게 만들어냈습니다. 복잡하고 정리되지 않은 거리에서 만나는 의외성과 우연성은 예상 밖 재미를 줍니다. 주인장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공간이 건물과 건물 사이에 아주 잘 숨어있는 곳. 그래서 무작정 가면 무조건 헤매는 창원 도리단길. 그렇다면, 이제 지도를 펼쳐볼까요? 외롭거나 힘들지 않도록 수소문이 동행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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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틀라스 로스터스(도계두리길 8) = 도계광장 삼거리에서 원이대로로 들어서면 '전기'라는 낡은 간판이 보인다. 이전 상점의 간판을 뜯어내니 그보다 더 오래된 '전기' 두 글자가 드러났다. 그대로 살렸더니 '전기집'으로 통한다. 커피 로스팅이 중심인 아틀라스 로스터스는 중강배전(풀 시티 로스팅)하여 쓴맛을 살린 커피를 낸다.

아틀라스 로스터스 전경.
중강배전하여 쓴맛이 살아있는 커피.

(4) 포베오(도계로 50번길 15-20) = 도계동에 카페는 많아졌을지라도, 직접 커피를 로스팅하는 곳은 몇 없다. 포베오는 그중 하나. 좁은 골목 안이지만 작은 공원을 끼고 있어 숨통이 트인다. 손님 기호에 맞춘 '불편하지 않은 커피', 다른 카페 주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한다. 라틴어인 포베오의 뜻은 '따듯하게 하다' '품다'.

커피를 내리는 카페 포베오 대표.

(5) 오아시스(도계로73번길 12-1) = 담벼락 너머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고즈넉한 골목에 자리한 작은 샘 같은 공간. 음료는 커피·소이 라테·시즌 티 단 세 가지에 동물성 크림을 쓰지 않은 채식 쿠키 등이 있다. 주인의 개인 작업 공간이자 소통 공간. 여럿이 함께 그림을 그리는 '원데이 드로잉', '작은 전시' 등 소소한 즐거움이 있다.

수소문 취재팀과 이야기를 나누는 카페 오아시스 대표(오른쪽).

(8) 엠버그리스 커피(원이대로69번길 3 대창빌라) = 현재 공간을 수선하고 있다. 오는 21일까지.

(11) 커피박스(원이대로81번길 5) = 대형 할인점 한편 9.9㎡(3평) 공간에 자리한 카페. 작다고 우습게 볼 게 아닌 것이, 저렴한 가격에 훌륭한 커피 맛을 즐길 수 있다. 취미로 즐기던 커피를 타인과 나누고자 2012년 말에 문을 열었다. '도리단길' 터줏대감. 아쉽게도 마산으로 공간을 옮길 예정. 늦기 전에 가볼 것.

대형 할인점 한편에 자리한 커피박스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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