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장유 이륜차 통행권리는 어디에?
고위·담당 공무원 차없이 직접 다녀보라

황철우(가명·44·창원시 마산합포구) 씨는 몇년 전 끔찍한 경험을 했다. 김해시 장유에 살던 시절이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다가 경품으로 자전거가 당첨됐다. 황씨는 "웬 떡이냐?" 싶어 기분이 아주 좋았다. 하지만 황 씨는 곧 고민에 빠졌다. 자전거를 집까지 가져가기가 난감했다. 자전거가 승용차에 실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자전거 하나 때문에 용달차를 부를 수도 없는 일이었다. 택배를 불러 보낼 수 있지만 당시에는 미처 그 생각은 하지 못했다. 황 씨는 결국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했다. 창원터널은 통과할 수 없지만 터널 위 산으로 옛날 도로가 남아있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었기 때문이다. 마산에서 창원터널 부근까지는 문제없이 잘 달렸다.

하지만 황 씨는 창원터널 부근에서 헤맬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여기 저기 왔다갔다 해도 옛 도로로 진입하는 입구를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자전거를 둘러메고 눈대중으로 도로가 나올 것 같은 방향으로 산을 오르락내리락하던 황 씨는 탈진했다. 황 씨는 겨우겨우 옛길 입구를 찾아 고개 넘고 계곡 건너서 집에 도착해 기절하듯 쓰러졌다.

사실 황 씨에게는 산을 넘는 방법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창원터널은 자동차전용도로여서 자전거 등 이륜차 통행이 금지되어 있다. 창원터널 인근에 뚫린 불모산터널(민자도로)도 자동차전용도로다. 부산지방국토청이 최근에 개통한 진해 소사~김해 장유 도로도 자동차전용도로다. 모조리 자동차 전용이다. 또 경남도와 창원시, 경찰이 창원터널 대체도로라고 주장하는 동읍~진영~진례~장유 도로는 무려 30㎞를 걷거나 자전거로 달려야 한다. 그러니 어찌 산을 넘어가지 않겠는가?

도대체 창원~장유를 오가는 자전거, 오토바이, 보행자의 통행권리는 어디에 팽개쳐져있나? 그들은 소수니까 요즘 아이들말로 그냥 짜져있어야만 될까? 황 씨와 같은 사례는 어쩌다 한번이라 쳐도 자전거, 오토바이를 이용해 일상적으로 창원∼장유를 오가기를 바라는 시민이 적지 않음에도 창원시 등 당국은 오로지 안전만을 핑계대면서 이들의 요구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조재영.jpg

창원시는 애초부터 창원터널이 자동차전용도로로 설계돼서 전용도로 해제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그야말로 관리자 편의만 강조한 것이다. 창원 안민터널은 원래 자동차전용도로였지 않았던가? 지금 안민터널은 자동차, 이륜차, 보행자가 잘 다니고 있다. 창원시, 경찰이 그리도 시민 안전이 걱정된다면 대책을 세워서 안전을 확보하면 될 일 아닌가? 시설물 구조상 그것도 어렵다면 자전거, 오토바이, 보행자 전용 산길이라도 내줘야 될 일이 아닌가?

정구창 창원시장권한대행과 안전건설교통국장·담당공무원들이 단체로 자전거 타고 동읍, 진영, 진례 거쳐 장유까지 한 번 가보기를 권한다. 새 시장이 뽑히면 새 시장도 함께 가보길 바란다. 아마도 목숨을 걸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장담하건대, 입에서 욕이 저절로 나올 것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