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하지 않고 조진래 창원시장 후보 캠프만 방문
"창녕 가는 길에 들러" 설명에도 '표심 결집용' 풀이

6·13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래 한 번도 경남에 오지 않았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1일 전격적으로 창원을 방문했다. 그러나 유세는 하지 않았고 김태호 도지사 후보와도 조우하지 않았다. 이날 홍 대표가 밝힌 경남 방문 이유는 "창녕 남지에 있는 부모 산소 가는 길"이었고, 그 과정에서 조진래 창원시장 후보 캠프를 방문했을 뿐이었다.

홍 대표는 이날 조 후보 캠프에 30여 분간 머물면서 무소속 안상수 창원시장 후보를 비판하는 데 대부분 시간을 할애했다.

그리고 안상수 후보를 겨냥해 "치매가 의심된다"고 말해, 지난 9일 부산유세에서 한 '막말 사과 퍼포먼스'를 무색게 했다.

홍 대표는 조진래 후보 캠프에 도착하자마자 안상수 시장을 공천에서 배제한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는 전날 안 후보가 홍 대표를 향해 "창원에 와서 해명해야 할 세 가지 질문이 있다"고 한 데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1일 오후 창원시 성산구 조진래 창원시장 후보 사무소를 방문했다. 홍 대표가 자신을 마중 나온 조 후보와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

안 후보는 지난 10일 홍 대표가 "왜 도청 마산이전 공약을 이행하지 않았는지, 왜 월영동 부영아파트를 과도하게 승인해 미분양이 넘치게 했는지, 지지율 꼴찌 수준인 조진래 후보를 무엇 때문에 공천했는지 해명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홍 대표는 먼저 안 후보 공천 배제 이유에 대해 "교체지수가 높았고, 창원지역 국회의원 전원이 반대했다"면서 "정무적으로 판단한 결과 공심위에서 전원일치로 조진래 후보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부영아파트 분양 승인' 논란과 관련해서는 "원래 임대아파트를 많이 승인하려고 했는데, 창원시장이 임대아파트가 들어와 저소득층이 많이 몰리면 선거 환경이 나빠진다며 분양 아파트로 전환해 달라고 했다"면서 "만약 (안상수 후보가) 그 사실을 알고도 그렇게 주장한다면 후안무치한 것이고, 모르고 말했다면 치매를 의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홍 대표는 "이제 80을 바라보는 나이다. 후배에게 물려주고 명예롭게 은퇴하는 게 맞다. 감정적으로 출마해서 홍준표에게 복수하겠다고 하는데, 무소속 창원시장 후보로 나와서 복수가 되나. 참 생각이 모자란다. 당에 혜택을 입었으면 그냥 물러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선거 기간 내내 한국당 후보들 사이에서 '홍준표 패싱' 분위기가 일자 홍 대표는 지역 유세를 중단한 바 있다. 그러다 지원 유세를 재개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이 도지사로 재직했던 경남은 방문하지 않았다. 김태호 후보 측의 방문 자제 요청이 계속 이어졌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홍 대표는 이를 의식한 듯 "김태호 지사가 워낙 선거를 잘하고 있어 경남을 방문할 시간에 박빙 지역을 방문하는 게 옳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한 경남지역 선거 판세와 관련해서는 "조진래 후보에게 표심이 결집하면 박빙 우세가 될 것이고, 김태호 후보는 여유롭게 이길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예정에 없던 홍 대표 창원 방문이 성사된 것은 선거 막판 안상수 후보에게로 분산된 창원지역 범한국당 표심을 장악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에 앞서 안 후보는 "시민 의사도 물어보지 않고 여론조사도 안 해보고 당원 뜻도 물어보지 않고 그냥 뚝딱 결정해놓고 (조진래 후보 공천이) 사천이 아니라고 하면 말이 되나. 앞으로 당에 사천이 난무하는 걸 막고 정의를 지키기 위해 출마를 했다"고 말했다. 또한 안 후보는 "과거 당의 관례대로라면 홍 대표는 이미 사퇴를 해야 한다. 이미 신임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허성무 창원시장 후보 측은 이날 홍 대표 창원 방문을 두고 "천하의 홍 대표가 김태호 지사에게는 들르지 못하고 기껏 자신의 아바타인 조진래 후보 사무소나 비공개로 살짝 도둑 방문한 모습을 보니 연민의 정마저 느껴진다"고 논평했다.

허 후보 측은 또 "홍 대표는 보수표 결집을 도모해 조 후보를 측면 지원하겠다는 생각이겠지만, 홍 대표 방문을 한국당 후보들이 왜 싫어하는지를 간과한 방문"이라고 평가절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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