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9일까지 진행되는 '선의 충돌과 재확산'전 리뷰
'회화 기본요소' 선 변용한 평면·설치작품 선봬
"타 지역 미술관 전시와 큰 차이점 없다" 평가도

직장인 김현지(36·창원) 씨는 며칠 전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새롭게 개막한 전시 '선의 충돌과 재확산'을 보고 잠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두 달 전 대구미술관에서 관람했던 작가의 작품이 그대로 경남도립미술관에 전시되어 있어서였다. 김 씨는 반갑기도 하면서 경남도립미술관이 왜 최근에 전시를 끝낸 작가를 다시 중심에 내세웠는지 궁금했다.

경남도립미술관이 지난달 31일 2018년도 2차 기획전 '선의 충돌과 재확산'을 개막했다. 남춘모 작가와 펠리체 바리니(Felice Varini·스위스) 작가를 초청해 미술관 1·2층 전시실과 내부 통로, 미술관 외벽에 작품을 소개했다. 펠리체 바리니 작가는 미술관 외벽과 내부통로에 2점을 선보였고, 나머지 공간(1·2층 전시실)은 모두 남 작가의 작품으로 채워졌다.

그래서 "경남 연고 작가가 아닌데…",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전시하고 싶은 도내 작가가 얼마나 많은데, 굳이 외부 작가를…", "국외 작가 작품은 어디에 있는지…" 등 여러 말이 나온다. 반면 "얼마나 작품이 좋기에…" ,"일반적인 평면 작품, 설치작업이 아니었다", "몰랐던 작가를 알게 되어 기쁘다"와 같은 반응도 있다.

그렇다면 경남도립미술관은 앞으로 두 달 동안 전시될 '선의 충돌과 재확산'전을 도민에게 어떻게 알리고 입체적 관람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경남도립미술관 '선의 충돌과 재확산'전에서 만날 수 있는 남춘모 작가 작품. /이미지 기자

◇"현대미술 역동성 경험"

경남도립미술관은 '선의 충돌과 재확산'전에 대해 현대미술의 역동성을 경험하도록 구성했다고 밝혔다.

먼저 펠리체 바리니 작가는 붉은 시트지로 선을 만들어 건물 외벽을 덮는 작품을 선보였다. 미술관이 캔버스가 된 것인데, 작가는 3차원을 2차원적 평면으로 단순화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또 미술관 1층과 2층을 잇는 내부 경사로에도 붉은 시트지로 선 작업을 했다. 2층 어느 한 지점에 서서 내려다보면 여러 선이 하나로 연결되어 또 다른 작품처럼 보인다. 작가가 치밀하게 계산하고 계획했다.

펠리체 바리니 작가는 국내에서 작품을 많이 선보이지 않았지만 3차원적 입체공간에 시각적 착시 현상을 이용한 '착각의 공간'으로 이름 나 있다.

미술관 1·2층 전시실은 남춘모 작가의 작품이 내걸렸다. 작가는 대구를 기반으로 독일 등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특히 선이라는 모티브로 '부조회화'라는 독특한 영역을 개척했다고 평가받는다. 평면 작업을 통해 선의 개념을 연구한 작가는 무수한 선을 그리고 중첩하면서 공간을 생각했다. 그의 작품은 빛과 그림자 등에 따라 착시현상이 일어나는데 이를 부조회화라고 부른다. 회화이면서 조형이다.

작가는 현재 'ㄷ'자 모형을 중심으로 선의 공간성을 말하며 상업갤러리를 벗어나 미술관에서 규모가 큰 작품을 공개하고 있다. 지난 1월 대구미술관에서 '풍경이 된 선'이라는 이름으로 전시를 열었다. 이 전시는 지난달 7일 막을 내렸다.

경남도립미술관 '선의 충돌과 재확산'전에서 만날 수 있는 남춘모 작가 작품. /이미지 기자

◇엇갈리는 평가

대구미술관에 이어 경남도립미술관에 채워진 남춘모 작가의 작품은 의미하는 바가 뚜렷하다. 공간과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게 설치 작품이지만 작가의 작품은 선과 빛이 핵심이다.

이번 전시에 내놓은 그의 작품 30여 점도 레진 등의 다양한 소재를 섞어 'ㄷ'자 모양으로 굳힌 광목천이 중심이다. 이는 곧 공간을 만드는 작업이다. 직선이 주를 이루고 곡선도 있다.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지는 우연은 작품을 달리 보이게 한다. 특히 거대한 곡선 작업은 벽에 기대어 선보인 대구미술관과 다르게 공중에 띄워 공간감을 더 키웠다.

그의 작품은 제목과 설명이 없다. 이에 대해 남 작가는 "현대미술의 관점에서 보면 제 작품은 미니멀리즘이다. 선 몇 개, 최소한으로 작품을 만든다. 느끼는 것은 관객의 몫이다. 이게 현대 미술이다. 더 설명할 게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객들은 어려워했다. 또 '선의 충돌과 재확산'이라는 주제에 맞는 여러 작품을 감상하기에 부족하다고 아쉬워했다. 단 두 점을 제외하고 나면 한 작가의 개인전이라고 말해도 이상할 게 없다고 했다.

도내에서 활동하는 한 화가는 "대구미술관 전시와 큰 차이가 없다. 과연 경남도립미술관에서는 무엇을 달리 기획해 작품을 말하려는지 모르겠다. 이곳만의 기획을 엿볼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관객들은 또 다른 작품을 기대해서였는지 지난 개막식 때 관람객 일부가 팸플릿 속 소개된 펠리체 바리니의 작품을 미술관에서 찾느라 애를 썼다. 팸플릿에는 그가 실내외에서 다양하게 작업한 작품을 여럿 소개해놓았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미술관 외벽과 내부통로에만 작업을 했다.

경남도립미술관 '선의 충돌과 재확산'전에서 만날 수 있는 스위스 펠리체 바리니 작가 작품. /이미지 기자

이에 대해 경남도립미술관 담당 학예연구사는 "일상적인 선을 낯설게 만드는 게 주제다. 남춘모 작가는 2차원의 사물을 3차원으로 입체화하고 펠리체 바리니 작가는 3차원을 2차원으로 평면화한다. 저마다 작품을 비교해보길 바란다"고 설명하며 "펠리체 바리니 작가의 작품이 늦게 완성되어 팸플릿에 미처 담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경남도립미술관 측은 지역 연고 등을 먼저 따져 묻기보다 좋은 작품을 도민에게 소개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히며 이것이 미술관의 역할이고 예술의 확산이라고 강조했다.

그렇게 본다면 대구미술관은 성공한 셈이다. 대구미술관 관계자는 "대구 전시를 계기로 독일, 프랑스 전시가 확정됐다. 또 곧바로 경남도립미술관까지 확장해나갔다"고 했다.

현대미술의 넓은 범주 속에서 동시대 미술을 소개하며 공공미술관의 연구적 역할과 기능까지 선보여야 하는 경남도립미술관. 하지만 여전히 지역미술관의 정체성과 역할을 묻는 많은 관객에게 이번 전시가 어떠한 답을 줄 수 있을지 고민되는 지점이다.

전시는 8월 19일까지. 문의 055-254-4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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