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후보 누군지도 모른다는 응답
공보물만 훑어봐도 발걸음 가벼울 듯

지난 8일 자 경남도민일보 1면 머리기사 제목은 '경남교육감 후보가 누군지 솔직히 잘 모릅니다'였다. 일반 유권자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질문을 받은 대상자의 절반 이상이 후보 이름뿐만 아니라 몇 명이 출마했는지조차 잘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이었다. 선거 5일 전의 현상이기 때문에 시간 여유가 없지는 않지만 사전선거가 있은 시점을 고려하면 최소한 투표 대상이 누구인지는 알고 있어야 상식에 맞다. 유행가 가사처럼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르고서야 투표장으로 가고 싶은 의욕이 생길 턱이 없다. 그렇다고 그게 투표기권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복잡한 선거방식이나 후보자 면면을 알아보는 데는 큰 노력이나 많은 시간이 들지 않는다. 투표하기로 마음만 다잡으면 선관위에서 보내준 선거공보를 일독하는 것으로 한 표 주권행사를 위한 준비작업은 충분하다.

중요한 관점은 무관심이다. 이번 지방선거가 유별나게 분위기가 살아나지 않고 교육감 후보가 누구인지도 잘 모른다는 유권자들의 심드렁한 고백이 생경스럽지 않은 이유를 이해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모든 뉴스를 빨아들이는 북미회담과 북한의 비핵화 블랙홀 그리고 거기에서 발원되는 평화에의 기대감이 만들어낸 합작품으로 풀이돼 틀리지 않을 것이다. 후보들은 신발이 닳도록 거리를 누비고 운동원들은 시민에게 큰절을 보내지만 반응은 별로다. 후보가 누구인지 잘 모르는 유권자가 있는가 하면 남북대화 물꼬가 터진 이후 일찌감치 표심을 정해놓고 곁눈질하지 않는 소신파도 많다. 그들 모두가 선거 분위기를 처지게 하는 일등공신들이다. 이런 기류가 그대로 관통해 투표장 가는 유권자의 발목을 잡기라도 한다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저조한 투표율이 선거혁명과 지방의 자율성을 방해하는 악재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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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후보들에 대한 비공식 인지도를 기준으로 전체 선거관심도를 하향평가하는 것은 오류를 범하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교육감 선거는 그나마 비정치적 영역인 만큼 도지사나 시장·군수, 하다못해 지방의원 후보들을 대상으로 했다면 결과는 다르게 나올 개연성이 없지 않다. 유권자의 정치적 감각이 직접 상관관계에 있는 단체장 내지 의원들에게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편이 훨씬 낫다. 설령 교육감 후보는 누구인지 모르더라도 주민복지를 책임질 후보 이름 정도는 알고 그들이 제시한 정책이나 공약을 분별할 수 있다면 지금의 상황을 꼭 선거 무관심으로 몰아붙일 처지는 아니다. 이제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세기의 회담과 4년 만에 돌아온 지방선거가 하루걸러 차례로 열린다. 어느 것도 소홀할 수 없다. 이게 중요하고 저건 덜 중요하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두 개가 똑같이 소중하고 결과 또한 바라는 쪽으로 성과물이 나와야지만 비로소 축제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투표장을 찾아나서는 길에서 그 양방향 의미의 소중함을 되새길 수 있다면 행운일 것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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