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들어주는 후보 뽑는 게 정치
정치인에 당당하게 권리 요구해야

얼마 전 집안 사정으로 이사를 했다. 같은 도시 내이긴 하나 도심을 벗어나 한적한 '면'으로 옮기게 되었다. 내가 '면민'이 된 것이다.

인적이 드문 첩첩산중에 사는 것은 좋은 점이 참 많은 일이지만 아쉬운 점이 딱 하나 있다.

출근을 하려면 시내로 들어가야 하는데 길이 하나뿐이라는 사실이다. 그마저도 산을 제법 돌아가는 길이라는 것이다.

나와 시내의 연결고리를 끊는 저 높디높은 산이 밉다가도 '저 산을 가로지르는 터널 하나 뚫어준다는 정치인이 있다면 바로 표를 던질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내 마음속에 정치 욕구가 솟구쳐 올랐다. "우리 한번 터널을 뚫어보자!"

먼저 혼자 움직일 것인가 무리를 이뤄 움직일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아무래도 혼자보다는 함께하는 것이 더 큰 힘을 발휘하겠지.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우리 면민들을 모아보자.

맙소사! 우리 면민들도 한 명 빠짐없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불편한 줄 알면서도 그저 조용히 참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피(?)로 맺어진 우리의 단합을 보여줘야 할 때인데 그 방법을 고민해보자.

피켓을 만들어 시청으로 달려갈까. 우리는 차가운 도시인들이니 좀 더 세련된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럼 민원 폭탄으로 시청 인터넷 누리집을 마비시켜 버리자! 그건 좀 심하다고 몇몇 지각 있는 면민들이 반대한다. 우리는 정도를 지켜 시청에 탄원서를 제출한다. 하는 김에 국회의원사무소에도 보내자.

어허 반응이 없다. 국회의원은 선거가 아직 2년 넘게 남아서 우리한테 신경 쓸 여유가 없단다. 다음 선거에 꼭 단죄하리라.

시청 공무원들 역시 "예산이 부족하다", "공사 소음 탓에 민원 제기가 예상된다"라는 등 이유로 난색을 보인다.

그럼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시장 후보자들에게 직접 말하자. 터널을 뚫어 달라. 그럼 우리의 표를 주겠다.

시장 후보자들이 응답했다. 대부분 후보자가 자신의 공약에 '면민 터널 개통'을 포함했다. 우리는 기쁨의 탄성을 내질렀고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이것이 정치다. 아니 '이런 것도 정치다'라고 하는 것이 좀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우리 국민은 이상하리만큼 정치에 대한 욕망을 표출하지 않는 것 같다. 마치 정치라는 개념은 다른 시공간에서 무언가 다른 존재들만이 다루는 것인 양 어려워한다.

하지만, 정치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형이상학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이 아니라 바로 내 문제, 우리 가족의 문제, 우리 동네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 그것이 오히려 진정한 의미의 정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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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에게 당당하게 우리의 권리를 요구하자. 그들은 나 시장이요, 시의원이요 하며 행세하려고 선출된 것이 아니다. 우리의 정치에 대한 욕구를 어떻게 해소할 것이고 예산은 어떻게 마련할지를 고민하고자 선출된 것이다.

그러려면 6월 13일 지방선거에서 나의 한 표를 꼭 행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정치인도 투표하지 않는 유권자를 위해서는 일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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