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시절 '사법부 협력 사례'송전탑 판결 2건 언급
문건에 '갈등 방지·분쟁 종식 기여'…대책위, 검찰 고발

밀양 765㎸ 송전탑 반대 주민들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밀양송전탑 '재판 거래 의혹'을 제기하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주민들이 진상규명을 촉구한 까닭은 양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문건에 '정부 운영에 대한 사법부의 협력 사례'로 밀양 송전탑 사건과 관련 판결 2건이 언급됐기 때문이다.

문건에는 '한전의 주민들에 대한 공사방해금지가처분 인용결정, 주민들의 공사중지처분 기각결정으로 갈등의 확산 방지와 분쟁 종식에 기여'라고 적혀 있다.

창원지법 밀양지원은 지난 2013년 10월 8일 한국전력공사가 '공사 방해자 25명'을 상대로 낸 공사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당시 재판부는 "토지(공사용 사용 터)에 출입하거나 공사에 동원되는 차량, 중기, 인부 등의 교통을 막는 등의 방법으로 공사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다. 대책위는 "재판부가 한전이 반대 주민들에게 제기한 공사방해금지가처분을 40여 일 만에 전격 인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송전탑 반대 주민들이 지난 2014년 2월 한전의 환경영향평가법 위반, 헬기 소음 기준치 위반 등을 이유로 제기한 공사중지가처분은 기각됐다.

밀양지원은 공사중지가처분에 대해 7개월이 지난 뒤에 "헬기 소음 저감 계획이 제출된 점, 소음 기준치를 조사한 점, 송변전시설 지원법 제정으로 보상이 이뤄질 예정이며, 상당수 주민이 한전과 합의한 점을 들어 기각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대해 대책위는 "법원이 주민들의 고통이 극심하던 무렵에 제기된 긴급을 요하는 소송임에도 공사가 대부분 진행되도록 내버려두고서 기각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형사 재판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다. 지난 2013년 10월 밀양송전탑 공사재개 이후 마찰 과정에서 반대 주민과 전국에서 온 연대자 등 69명이 재판에 넘겨져 처벌(집행유예 14명, 벌금형 44명, 선고유예 7명)을 받았다. 무죄는 4명뿐이었다. 벌금과 소송 비용으로 2억 원이 넘게 들어갔다. 특히 공사 재개 이후 주민 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765㎸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는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과 함께 지난 8일 서울 대법원 법원행정처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롭게 밝혀진 밀양송전탑과 강정 해군기지 판결 거래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냈다.

한옥순(71·부북면 평밭마을) 씨는 기자회견에서 "한전과 정부가 하도 짜고 주민들을 탄압하고 괴롭혀서 우리는 법은 좀 공평하리라는 생각에 재판을 걸었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이 할매·할배들의 한을 좀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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