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기억 하나. 1988년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는 팀 기둥 최동원과 연봉 줄다리기를 했다. 시즌 시작 이후에도 연봉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지역 야구팬들은 부글부글했다. 롯데 마산 홈경기 때 결국 폭발했다. 팬들은 구단 버스를 가로막고 "최동원을 빨리 마운드에 올려라"며 즉석 시위를 벌였다. 팬들은 구단 관계자와 즉석 면담을 하고 나서야 버스를 보내줬다.

'마산 아재'로 대변되는 지역 야구팬들은 단지 유별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쪼잔한 것에 대해서는 '우리 팀'일지라도 가차 없이 성난 마음을 드러냈다.

엊그제 창원시 마산야구장 주변을 지났다. NC다이노스 홈 경기가 아직 끝나기 전이었다. 하지만 관중들은 이미 우르르 경기장을 떠나는 중이었다. 승부의 추가 이미 상대 팀으로 기울었으므로 충분히 짐작됐다. 술 한잔 걸친 중년들은 "야구를 발로 하나"는 둥 거친 말들을 쏟아냈다. 그 속에서 귀를 때리는 말이 나왔다. "NC한테 정이 안 간다…."

잘 알려진 대로, NC 구단은 지난주 성적 부진을 이유로 김경문 감독을 경질했다. 그 후폭풍이 만만찮다. 일부 팬들은 경기장에 '정의 명예 존중? 말뿐인 NC 구단 각성하라'와 같은 비판 글을 내걸었다.

안차수 경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최근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신생팀 맡아서 1군 진입 이듬해부터 줄곧 포스트시즌 진출시킨 감독을 시즌 중에 경질하고, 단장이 감독대행? 마산 사람들은 꼴찌보다 이런 으리(의리)없는 행동을 더 못 참는데….'

NC 구단은 창단 초 지역 야구인 다수를 프런트로 참여시켰다. 하지만 하나둘 내보냈다. 그 과정에서 좋지 않은 얘기들도 들려왔다. 지금은 이른바 '서울 사람들'로 채우고 있다. 팀 성적을 위한 장기계획,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NC는 지역 팬과 호흡하려는 노력에 더 정성을 쏟아야 할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마산 아재'들이 언제 폭발할지 모를 일이다. /남석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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