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이 티없이 탐욕·성냄 모두 벗어놓고
타인 돕다보면 자신 행복도 커짐 알아야

짙푸른 초록잎 단정한 모습으로 환한 미소를 머금고 좌정하고 있는 망운청산이 오늘따라 충만하다. 늘 그랬듯이 엄정한 계절의 순환과 시간의 정확한 발걸음은 언제나 여법하여 성큼 여름을 '데불고' 왔다. 마치 엊그제처럼 새봄이 돌아오니 버들은 푸르고 묵은 매화는 짙은 향기를 피워 봄소식을 전하더니 삼동(三冬)내 추위에 움츠리고 떨고 있던 사람에겐 무한한 기쁨과 희망이 아닐 수 없었다. 봄은 재생(再生)과 부활의 계절이다. 죽어있던 가지에 새잎이 돋아나고 겨우내 얼어있던 회색빛 대지가 새로운 푸른빛으로 새 삶의 기쁨을 노래했다. 이제부터는 곧 다가올 장마와 무더운 여름 더위와 싸워야 하는 계절이다. 창을 열고 창밖의 찬연한 신록을 바라보면 연두의 산빛과 동행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이처럼 우리는 가끔 말없이 위대한 스승인 자연을 통해 참된 삶의 모습을 배우고 깨달아 간다. 동시에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익혀가면서 우리는 점점 더 성숙한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우리가 그 삶 속에서 깨닫게 되는 것 중에 평등을 느끼게 된다. 세상 모든 것들은 다 평등하다. 전 세계의 국가와 민족이 언제 어디서나 평등해진다면 그 세상은 진정으로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며 자유로운 세상인 것이다.

분별하여 이 몸을 살펴보라. 이 가운데 무엇이 '나'인가. 만일 능히 이렇게 이해한다면 '나'가 없음을 통달하리라. 붓다는 만물이 덧없는 것이라며 무상을 말한다. 이것은 변화에 대한 강조이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세월 따라 사라지거나 소멸할 것이라는 말이다. 우리네 자신도 따지고 보면 오온(五蘊·色受想行識)으로 뭉쳐진 것이다. 세상의 모든 물질이 가지는 고유성질을 유지하는 가장 작은 기본단위가 분자이다. 이 분자를 쪼개면 원자가 되고 원자를 쪼개면 쿼크가 된다. 쿼크가 쪼개지면 뉴트리노가 된다. 책상 공기 산 나무 그리고 사람이 모두 이 최소단위로 형태를 이루고 있다. 그러니 나라고 이름 지어진 것을 영원하다고 할 수 없다. 이것들은 다 에너지를 가지고 있으며 그 힘으로 우리가 몸을 지탱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물은 둥근 그릇에 담으면 둥글게 되고 네모난 그릇에 담으면 네모가 된다. 물 그 자체는 모양이 없다. 사람들은 이것을 잊어버리고 마치 처음부터 전혀 배우지 못했던 것처럼 생각한다. 마음을 편안하게 자유롭게 만들어 내가 속한 모든 세상에서 아름다운 사람이 되는 것이야말로 행복한 사람이 되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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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적 행복은 욕망을 덜어냄으로써 얻어진다.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타인을 도움으로써 내 행복이 커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타인을 돕는 것(이타행)이 바로 내 욕심을 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하나의 가족이다. 나와 하늘은 한 뿌리이며 만물의 뿌리는 같다. 동체대비(同體大悲)는 조화로운 삶의 가장 큰 기초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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