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향상으로 자원 고갈 문제 해결
미래 위해 소비 축소·기계종속 탈피해야

지난 5월, 영화 <어벤져스 3편 : 인피니티 워>가 개봉 33일 만에 11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우리 영화계 인기를 독차지했다. 올해 세계 영화흥행도 1위를 기록하면서 1조 5000억 원이 넘는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다. 폭발적인 인기의 <어벤져스>는 전편의 스토리와 밀접하게 연결되면서 우주 최고의 악당 '타노스(Thanos)'가 등장한다. 1, 2편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타노스가 배후에서 온갖 악행을 서슴지 않고 여러 행성의 사람들을 죽이면서 우주를 파괴하는 이유를 3편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타노스의 악행은 우주를 구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떠나보낸다는 유행가 가사처럼, 우주를 지키려고 우주를 파괴한다는 앞뒤 맞지 않는 이유를 대고 있다. 심지어 우주 파괴를 자행하는 최고의 악당 타노스가 우주 구원자로서 번뇌하는 캐릭터로 묘사되기까지 한다.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타노스의 설정에는 과학기술의 진보가 한몫하고 있다. 영화 속 타노스는 과학기술이 뛰어난 '타이탄'이라는 행성에 살았는데, 이 환경이 인구증가와 자원고갈을 가져왔고 결국 타이탄을 멸망에 이르게 한다. 이에 타노스는 타이탄과 같은 비극이 우주에서 일어나지 않게 여러 행성을 침략하여 인구의 반을 무조건 몰살하고 과학문명을 파괴하는 다운그레이드를 자행한다. 이러한 타노스의 악행을 막기 위해 아이언맨·토르·캡틴아메리카·헐크·스파이더맨 등의 히어로가 총출동한다.

타노스의 주장과 궤를 같이하는 이론으로 '맬서스의 인구론'을 들 수 있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반면에 식량 증가가 인구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빈민의 인구 증가를 억제해 식량 생산수준에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을 이끈 기술진보로 인구 증가에 못지않게 식량 증산이 이루어졌다. 맬서스의 인구론은 예측이 빗나간 잘못된 이론으로 기정사실화되었고, 기술진보의 위력을 간과한 실수를 저질렀다. 그래서 타노스의 우주 인구 말살론은 동의받기 어렵다.

한편,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지하자원 사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현재 인류가 누리는 풍족한 공산품은 지구 지하자원의 막대한 소비에서 비롯된다. 한 예로, 인류는 에너지를 얻으려고 1920년대 비해 10배 이상의 지하 광물자원(석유, 석탄, 가스 등)을 사용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지구의 지하자원이 100년 안팎에서 고갈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석기시대가 끝나고 청동기시대로 전환된 것은 돌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돌을 대신하여 청동을 다룰 기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청동기 시대가 끝난 것도 구리·주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철을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깨쳤기 때문이다. 오늘날 화석연료에 지나치게 의존하여 자원고갈과 폐기물 부작용이 있지만, 과학기술적 진보에 의해 이를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 자원이 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역사적 전환을 볼 때, 자원의 유한함이 행성 멸망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타노스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처럼 타노스의 주장이 과격하고 허구적임에도 곱씹어 볼 점은 분명히 있다. 과학기술의 진보가 자연보존과 인류공존을 이룰 것이라는 '과학기술 낙관론'에 무한정 기대어, 지나치게 자원을 남용하거나 사회구성원 간의 합의를 이루지 못한 분야(생명, 인공지능 등)에서 과잉 발전을 획책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학살에 의한 인구 다운그레이드는 꿈에서도 있을 수 없지만, 자원투입을 줄이고, 제품 소비를 자제하고 기계 종속을 벗어나는 등의 다운그레이드는 인류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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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다운그레이드는 인간이 자연의 통치자가 아니라, 거대한 자연생태계 일부라는 자각에서 시작된다. 타노스가 주장하는 인구증가와 자원고갈보다 더 경계해야 할 것이 자연의 남용을 당연시하는 인간의 오만함일 것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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