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소통령'불리지만 유권자 대부분 무관심
단체장 후보와 혼동…정책·공약 꼼꼼히 따져야

"경남교육감 후보요? 김유근? 안상수?"

교육감은 교육정책을 만들고 사업을 집행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어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막대한 도교육청 예산과 교원 인사 권한을 가진 데다 학생을 직접 가르치고 평가하는 현장교육 방식을 결정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유권자는 교육감 후보가 누군지, 누가 어떤 정책과 공약을 제시하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기자 5명이 만난 유권자 60명 중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후보 4명 이름을 모두 안다는 이는 절반도 되지 않았다. 인물도 모르니정책 선거를 바랄 수도 없는 게 교육감 선거의 현실이다.

◇상인 "도지사 후보와도 헷갈려" = 창원 마산어시장 상인 10명(40대 1명·50대 5명·60대 2명·70대 1명·80대 1명)에게 경남교육감 후보에 대해 물었더니 대부분 잘 몰랐다.

이들이 후보 4명 중 명확하게 이름을 댄 이는 박종훈·박성호 후보 정도였다. '김유근' 바른미래당 경남도지사 후보 이름을 말하는 상인도 있었다. '박종훈'을 안다는 상인이 4명, '박성호'를 안다는 상인이 1명, '박종훈·박성호'를 안다는 상인이 1명이었다. 4명은 아무도 몰랐다.

이 중 박종훈 후보를 찍겠다는 상인이 1명, 박성호 후보를 찍겠다는 상인이 1명이었다. 박종훈을 뽑겠다는 상인은 "무탈하게 잘하는 것 같아서", 박성호를 뽑겠다는 상인은 "네이버 밴드 통해서 권유받아서"라고 말했다. 나머지 8명은 "누구를 찍을지 전혀 생각해본 적 없다"고 했다.

◇대학생도 "누구요? 몰라요" = 지난 5일 경남대, 창원대, 문성대 학생 20명에게 교육감 후보를 물었다. 박종훈, 박성호, 이효환 후보 이름만 나왔고, 후보를 모두 아는 이는 하나도 없었다.

박종훈 후보를 안다는 학생은 11명이었고, 이효환 후보를 아는 학생은 5명, 박성호 후보를 아는 사람은 2명이었다. 이효환 후보를 거론한 이들은 "최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것을 보고 알게 됐다"고 말했다. 8명은 교육감 후보를 전혀 알지 못했다.

이번 선거에서 어떤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10명이 "후보 이름을 아는 사람을 찍을 것"이라고 답했다. "주변 사람 이야기를 듣고 찍겠다"가 3명, "결정하지 못했다"가 6명이었다. 정책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학생은 한 명에 그쳤다.

경남대 학생 이유빈(22) 씨는 "정책을 보고 판단하겠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동생에게 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후보자를 부모님과 함께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학부모마저도… = 유치원생, 초·중·고, 대학생 자녀를 둔 30∼50대 14명 중 6명이 후보자를 '대체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현직인 박종훈 교육감이 다른 후보보다 많이 언급됐다.

후보자를 알고 있다고 답한 6명 중 3명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자가 있다고 밝혔다. 대다수는 선거 공보물, 현수막, 신문 등을 보고 후보를 접했고, 이를 바탕으로 투표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답했다. 일부는 지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서 알게 됐다고 했다.

유치원생, 초등학생 자녀를 둔 김우정(38) 씨는 "교육감 후보가 4명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교육 사업, 정책 등을 보고 판단해서 교육감 후보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나머지 8명은 후보가 4명인 것도, 이름도 알지 못했다. 그 이유에 대해 송주희(42) 씨는 "딸이 학교에 다니지만 교육감을 접할 기회가 없고, 공보물이 너무 많아 헷갈린다"고 말했다. 공무원과 회사원 9명(30대 4명·40대 4명·50대 1명)에게 교육감 선거를 물었더니 7명이 "후보를 안다"고 답했고, 2명이 "이름만 대충 안다"고 말했다. 어떤 기준으로 뽑겠느냐는 질문에 '선거공보물을 보고'라는 응답이 많았다.

투표권은 없지만 청소년에게도 물었다. 한 학원에 다니는 창원고·경상고 학생 11명 중 4명 후보를 아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9명은 4명이 출마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한 학생은 교육감 후보로 "안상수"라고 답하기도 했다.

한 학생은 "학교에서 선거와 관련한 수업이 별도로 있는 것도 아니고 선거 공보물을 봤지만 정책 등 이해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를 위한 교육을 펼치겠다고 하면 선거 전 학생 의견을 묻는 창구나 조사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선거 무관심은 학교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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