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경남에서 '6·13 지방선거 청소년모의투표운동 경남본부'라는 조직이 출범하면서 청소년들의 참정권 운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오는 13일 지방선거 투표일에 청소년들은 거리에 모의투표소를 설치하여 투표를 하는 정치적 퍼포먼스를 벌이면서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라고 요구할 계획이라고 한다.

서구사회에서 여성 참정권이 실제 보장된 것이 20세기 초반이었다. 그것도 당사자인 여성들의 투쟁과 요구의 결과였다. 가만히 소리 없이 묵묵히 있으면 마음씨 좋은 누군가가 나의 권리를 보장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해선 곤란하다. 특히 정치 참여와 투표권과 같은 실질적 권리 확보는 수많은 갈등과 대립을 통해서 사회적 합의를 만들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경남에서 청소년 참정권 운동 단체의 출발은 시대의 변화를 알리는 역사적 신호탄이다. '어린애들이 무얼 안다고 선거를 하느냐'라는 궤변에 가까운 입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누가 지지하고 선택하였느냐는 비판만 부를 뿐이다. 학생은 공부나 열심히 하면 된다는 식의 논리는 궁극적으로 군부독재 정권 시절 부족한 권력 정당성을 채우려는 못난 위정자들의 변명이나 거짓에 불과할 뿐이었다. 디지털시대의 새로운 소식은 청소년층이 가장 빨리 접근할 수 있고 실제로 정보로 소화하고 활용하는 능력은 기성세대를 능가한다. 현명한 선택을 하는 청소년을 탓하기 이전에 나이 든 어른들의 무지와 무능부터 문제시하는 게 정당해 보인다. 또한, 청소년들이 대부분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서 청소년들의 정치적 발언권이 제대로 보장되어야 한다.

정치권이 기존 선거에서 투표권 연령을 낮추는 게 그렇게 부담스럽다면 청소년들과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고, 이해 당사자인 교육감 선거의 경우엔 투표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청소년들의 정당한 요구를 어른이라는 이유 하나로 언제까지 무시하고 외면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학교가 청소년들의 정치적 발언을 보장하지 못하는 마당에 거창한 민주주의 주장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특히 교육개혁에 대한 목소리는 우리 사회에서 언제나 높았지만 성과가 여전히 불투명한 이유는 바로 청소년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철저히 억압한 결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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