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소음·핸드폰 문자 범벅 '고통'
유권자 즐거운 선거문화 풍토 바꿔야

바야흐로 지방선거 열기가 한창이다. 후보들은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홍보차량과 홍보인력을 동원하여 온종일 지역구를 누비며 홍보음악을 틀고 후보지지를 호소하고 다닌다. 과연 얼마만큼의 홍보 효과가 있는지 모르지만 그로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잔칫집 분위기도 하루면 족한 것이다. 선거 기간 내내 공사 현장의 착암기 수준의 소음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지역사회와 유권자를 위한다면서 이래도 되는 것인지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인지 고민하는 모습들은 그 어디에도 찾을 수가 없다.

선거는 선량을 뽑는 민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요란스럽게 해야 제대로 된 선량을 뽑는다는 보장은 없다. 귀는 따갑고 핸드폰은 후보자들이 보내오는 문자로 범벅이 되면 오히려 유권자는 선거에서 멀어질 수 있다. 법정 선거기간이 짧고 일정 정도 표를 받아야 법률에서 정한 선거자금이라도 건지게 되어 있는 현행 선거법은 진지하게 후보를 감별할 수 있는 유권자의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 후보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자신을 알리기 위해 볼륨을 높이고 홍보요원들에게 피켓을 들려 길거리로 나가 머리를 크게 조아리게 하지만 이제는 그것을 보고 선량을 선택하는 유권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이것을 후보들이 모를 리 없다고 본다. 그런데도 방법을 달리할 엄두를 못 내고 하냥 그 타령인 것은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선거 풍토가 이렇게 된 원인은 원래 떠들썩한 것을 좋아하는 민족성도 근저에 깔려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아무런 고민 없이 일본식을 따라 한 결과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돈을 들여서 요란하게 세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부정이 난무할 수밖에 없는 선거 풍토에서 자라난 소위 선거문화가 제대로 된 민주주의 정착을 오랫동안 가로막아 왔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반성이나 진지한 고민 없이 흘러왔다는 것은 일본이라면 치를 떠는 국민감정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며 아이러니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세계를 선도하는 정보 강국이며 적어도 정치문화만큼은 일본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다고 본다. 그렇다면, 우리 정치문화에 대체 불가능한 수단으로 자리 잡은 왜색 선거 풍토에 대한 반성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촛불혁명으로 정권을 바꾸어 세계를 감동시켰다. 그 역량으로 선거 문화도 쇄신할 수 있어야 한다. 유권자는 즐겁고 후보자는 부담 없이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선거문화 정착이 결코 어렵거나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일당 받는 홍보요원들이 아닌 순수한 지지자들이 후원하고 선거를 돕는 제도의 정착만으로도 선거 풍토는 지금보다 나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 짧은 선거 기간에 국가가 선거자금을 대주는 등 현행 선거법 문제도 손질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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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선거법은 유권자들이 차분하게 자신의 지지자를 정하는 것을 제한하고 방해하고 있다. 혼탁과 부정을 방지하고자 한 목적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지방선거에 입후보한 후보자들의 됨됨이를 살필 시간과 지지하는 후보를 후원할 수 없게 해 놓고 민주주의를 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앞으로는 국민세금, 뒤로는 자금살포, 한바탕 생쇼로 당선이 되면 통영을 비롯하여 전국 자치단체 의회에 만연한 무능력과 무책임, 비리가 판을 치기 마련이다.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려면 선거 문화의 쇄신을 더는 미룰 수 없다. 민주주의 축제로 만들 제대로 된 선거문화가 정착된다면 그보다 더 완벽한 민주주의 운동도 없을 듯싶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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