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라, 청소년 목소리] (2) 경남도의원이라면
모의의회 열어본 고교생들, 청원·주민소환 확대 '역설'

"현재 의회 모순이 보이지 않습니까? 분명 불편함을 느끼는 건 도민인데 왜 청원한 당사자조차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고 결과를 통보받아야 할까요? 제가 의장이 된다면 청원심사 처리과정에 도민 참여가 이뤄지도록 하겠습니다."

마산제일여고 학생들이 경남도의회 본회의장에서 모의의회를 열었다. 학생 46명은 지난달 24일 의장을 선출했다. 2학년 강하영 양은 정견 발표에서 의회 모순을 조목조목 짚었다. 하영 양은 39표를 득표해 의장에 뽑혔다.

"의회의 또 다른 모순은 도의회 자체적으로 감시한다는 것입니다. 감사기관이 있지만 같은 도의회에서 꼼꼼하고 청렴하게 이뤄지는가에 대해서도 의문이 생깁니다. 저는 도의회 감사하는 역할을 상임위·특위뿐 아니라 도민에게도 부여해 도민과 질의응답 시간을 만들겠습니다. 언제까지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명분으로 도민 참여를 제한할 것입니까?"

지난달 24일 경남도의회 모의의회 활동에 참여한 마산제일여고 학생들이 의장 선출 투표를 하고 있다. /이혜영 기자

주민소환제도 문제점을 제기하며 대책도 밝혔다. "주민소환제도는 지방자치제도의 폐단을 막기 위한 지역주민들에 의한 통제제도입니다. 하지만 이 제도는 법률에서 정한 33.3%라는 투표율에 막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기준을 낮춰 투표율 20%를 넘는다면 주민소환이 이뤄지도록 할 것입니다. 너무 낮은 기준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할 수 있지만, 경남 인구 338만 명 중 20%인 67만 6000명이 의원 소환을 원한다면 절대 사소한 이유가 아닐 것입니다."

의장 선출에 이어진 5분 발언에서도 학생들은 현안을 다뤘다. 전은서 학생의원은 성역할을 고정화한 문제를 지적하며, 성차별 인식이 권력형 성범죄 근원이라고 꼬집었다. 문주희 학생의원은 무효표와 기권표 차이를 설명하며 "어떤 후보도 지지하고 싶지 않다는 유권자 무언의 저항, 경고 메시지를 전하려면 직접 투표장을 찾아 무효표를 던져야 한다"고 투표참여를 강조했다.

마산제일고 최부호 지도교사는 "학생들이 발표를 준비하면서 민주주의, 선거, 주민자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의장을 맡았던 하연 양은 "조례안이 내 말과 내 표로 확정되는 걸 보면서 도의원 역할이 얼마나 큰지 실감했다"며 "경남도는 다스리는 곳이 아니라 도민과 만들어 가는 곳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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