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부진 책임 물어 김경문 감독 사실상 경질
선수 연봉·외인 계약 등 프런트와 불화도 배경

NC에 달이 졌다. 김경문 NC 감독이 물러났다.

지난 2011년 8월 NC 초대 감독으로 부임한 김 감독은 1군 6번째 시즌, 팀을 맡은 지 7년 만에 중도 하차했다. 

김 감독은 신생팀 NC를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이끌며 '강팀'으로 변모시켰다. 하지만 올 시즌 4월 중순부터 하락세를 보인 팀이 꼴찌로 추락하면서 김 감독 리더십도 흔들렸다.

결국 내년까지 계약기간이 남았음에도 NC와 김 감독 인연은 매듭을 짓게 됐다.

◇미완의 꿈 = 3일 창원마산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경기가 끝나고 나서 NC는 김경문 감독 퇴진을 공식 발표했다. 'NC 현장 리더십 교체'라는 제목의 자료에는 선수단 체제를 개편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자료에서 NC는 "김경문 감독 이후 유영준 단장을 감독 대행으로 정해 남은 시즌을 치른다"며 "단장 대행은 김종문 미디어홍보팀장이 맡는다"고 밝혔다.

NC는 또 김 감독은 구단 고문으로서 호칭과 예우를 받는다고 전했다. 황순현 대표는 "김 감독님 덕분에 신생팀이 이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다. 감독님이 그동안 보여준 헌신과 열정, 노력에 감사드린다. 과감한 혁신 작업으로 팬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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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문 감독. / 경남도민일보DB

이로써 두산 시절 이루지 못한 김 감독의 '한국시리즈 우승 꿈'은 NC에서도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김 감독은 지금껏 네 차례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2016년 NC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하지만 전 소속팀 두산에 4전 전패하며 또 한 번 준우승에 머물러야 했다. 김 감독 한국시리즈 통산 성적은 19경기에서 3승 16패 승률 0.158이다.

우승 트로피는 없지만 거의 매 시즌 팬에게는 '가을야구'를 선물했다. 김 감독은 두산과 NC에서 통산 10차례(두산 6차례, NC 4차례)나 팀을 가을야구에 진출시켰다. 자연히 통산 성적도 화려하다. KBO리그 유일한 60대 감독(1958년생)이자 현역 최다승 감독인 김 감독은 마지막 경기가 된 3일 삼성전을 포함해 총 1700경기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896승 774패 30무 승률 0.537을 기록했다. 역대 6번째 900승에도 단 4승이 부족하다.

쉽게 넘보지 못할 대업을 쌓았음에도 김 감독에게 NC는 여전히 '미완'이다. 김 감독은 종종 "준우승이 지긋지긋하다. 가슴에 한으로 남았다"며 아쉬워했다. 김 감독은 첫 번째 감독을 맡았던 두산에서도 2011년 6월 자진해서 사퇴한 바 있다. 씁쓸한 6월은 이번에도 반복됐다.

◇이별 징후 = 갑작스러운 이별이나 징후는 있었다. 연봉 협상·선수 영입 등으로 마찰을 겪었던 현장과 프런트 관계는 성적 부진이 도화선이 되어 터졌다.

올 시즌 불펜 투수 연봉 협상이 시작이었다. 시즌을 앞두고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합당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 구단에 부탁했다. 하지만 NC는 이미 정해 놓은 방침대로 연봉 협상을 진행, 몇몇 투수와 연봉조정 신청 직전까지 가는 갈등을 겪기도 했다.

외국인 투수 로건 베렛은 현장과 프런트 사이 잡음을 키웠다. 시즌 중 김 감독은 베렛 영입에 대해 아쉬움을 몇 차례 토로했다. 김 감독은 "아픈 선수를 데려왔다"며 "사실 베렛은 전지훈련 때부터 합류 반대가 있었던 선수"라고 밝히기도 했다. 5월 베렛이 3경기에서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11.12로 크게 부진하자 '베렛 교체'는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 감독은 지난달 14일 베렛을 1군에서 제외하는 결단까지 내리며 교체해 달라는 무언의 신호를 보냈다. 김 감독 처지에서는 프런트 측의 발빠른 대처를 기대했을 터다. 하지만 '조금 더 지켜보겠다'는 프런트 의견으로 둘 사이 갈등은 봉합되지 못했다. 3일 경기 전에도 김 감독은 베렛 콜업 등을 묻는 질문에 "팀이 어려운데 그런 일까지 신경쓰고 싶지 않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결국 김 감독은 외국인 교체 요청에 대한 답을 듣지 못한 채 팀을 떠나게 됐다.

이에 대해 NC 구단은 "딱히 갈등이 있었던 건 아니다"며 "어느 팀이든 현장과 프런트 사이에선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다. 갖가지 논란도 그 과정의 일부분"이라고 밝혔다.

NC 팬 사이에서는 올 시즌 '현장과 프런트 간 거리감이 느껴진다'는 이야기가 종종 나왔다. 프로스포츠 세계에서 현장과 프런트의 유기적인 움직임은 팀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다. 고심 끝에 '이별'을 택한 NC가 감독대행 체제에서 소통 활로를 찾을 수 있을지, 팬 눈초리가 매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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