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가 열반에 들었을 때 마하가섭은 가까이 없었다. 마하가섭이 누구인가. 영축산에서 설법하던 부처가 꽃 한 송이를 들어 보이자 미소로 답한 그다. 군중 속에서 부처와 마하가섭만이 서로 통하였다. 부처 10대 제자 가운데 부처와 가장 인연이 깊은 인물이라 하겠다. 부처를 뵙고자 먼 길을 재촉한 마하가섭이었으나 도착했을 때 이미 부처는 관 안이었다. 불을 붙이려는 아난존자에게 마하가섭은 부처를 마지막으로 뵙기를 간청했으나 아난존자는 이를 거절했다. 마하가섭은 통곡했고 관 주변을 돌았다. 그때 부처의 두 발이 관 밖으로 나왔다. 마하가섭은 눈물로 부처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고, 마하가섭 말이 그치자 부처의 발은 다시 관으로 들어갔다.

그들 관계에 할머니와 나의 인연이 겹쳤다. 당신과 나는 만날 때마다 눈물로 서로 반겼다. 우리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인연의 끈으로 이어진 것이 분명했다. 할머니는 나를 앉혀놓고는 많은 이야기를 남겼다. 자신의 유년 시절부터 결혼한 이후의 이야기, 자신이 낳은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아이들 어릴 적 이야기. 한 소시민의 삶을 전한 것이었으나, 나에겐 무엇보다 값진 구술이었다. 지금 가장 후회스러운 것이 있다면 할머니의 임종을 곁에서 지키지 못했다는 것과, 당신이 내게 해준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든 남기지 못했다는 것. 기억은 점점 옅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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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지역 작가 김달님 씨가 최근 펴낸 책 <나의 두 사람>을 읽으며 반가움과 동시에 질투의 감정이 서렸다. 자신과 할아버지, 할머니의 시간을 글로 남겼다는 것이 어찌 그렇게 부러웠는지. 책을 지면으로 소개하며 마지막에 썼던 문장을 여기 다시 써본다. '늦기 전에 기록할 것. 후회하면 너무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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