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 운명 건 파격인사, 감독대행에 유영준 단장
KBO리그에선 전례 없어, 코칭스태프 보직 이동도

7년여간 이어온 NC 다이노스와 김경문 감독의 동행이 끝났다.

김경문 감독의 중도 하차만큼이나 팬에게 충격을 안긴 건 감독대행 선임이다. NC는 이를 계기로 '팀 리셋'까지 그리는 모양새다. NC 선택은 혁신이 될까 독선이 될까.

◇파격 결정 = 보통 감독이 시즌 도중에 물러나면 내부 코치진 중 한 사람이 감독대행을 맡기 마련이다. 하지만 NC는 현장이 아닌 프런트 수장인 유영준(사진) 단장에게 감독직을 넘겼다. KBO리그에서 전례가 없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드문 '파격'이다. 유 감독대행은 2011년 팀 창단 때 스카우트로 합류했다. 나성범, 박민우 등 주력 선수 발굴을 주도했고 지난해 1월 단장으로 올라섰다. 유 감독대행은 배명고, 중앙대, 한국화장품에서 포수로 활동했던 선수 출신이며, 장충고 감독을 8년 6개월간 맡기도 했다.

그러나 프로 선수·지도자 경력은 없다. 파격적인 결정에 '불안감'이 앞서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물론 구단 살림살이를 잘 알고 선수를 보는 안목 면에서 유 감독대행 체제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유 감독대행도 이 점을 고려해 "선수단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1999년과 2015년 애틀랜타와 마이애미에서 단장이 감독을 맡은 적은 있지만, 결과는 정반했다. 과연, 유 감독대행과 NC는 어떤 길을 걸을까.

◇변화의 명암 = 감독 교체와 함께 안팎으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당장 코치진이 개편됐다.

4일 NC는 "지연규·이대환 코치가 N팀(1군) 투수 코치로, 정진식 D팀(잔류군) 배터리 코치가 N팀 배터리·데이터 코치를 맡는다"고 밝혔다.

1군 메인 투수코치였던 최일언 코치는 잔류군인 D팀으로 자리를 옮겨 선수 육성을 맡는다. 기존 C팀(2군) 용덕한 배터리 코치도 D팀으로 이동해 포수 육성을 담당한다. 시즌 초반 팀 타격 부진으로 교체됐던 이도형 타격코치는 1군에 돌아와 타격 지도를 담당한다. D팀 김수경 투수코치는 C팀에서 퓨처스 팀 투수 육성을 책임진다. 기존 1군 김평호 수석코치와 양승관 타격코치는 팀을 떠난다.

코치진 개편에 따라 선수단 일부 변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팀 리빌딩을 시작한 NC는 올해 역시 젊고 새로운 도전이라는 목표를 세울 정도로 세대교체에 집중했다. 비록 선수단 부상으로 주춤했지만 이번 결단을 계기로 리빌딩 작업은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NC 관계자는 "남은 시즌을 잘 치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년, 내후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젊고 건강한 C팀 선수를 지속적으로 활용·발굴할 것"이라고 밝혔다.

NC 프런트 내부도 바뀐다. 앞서 황순현 대표이사는 김경문 감독 교체를 알리는 자료에서 '과감한 혁신'을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NC는 선수단 전력분석·외국인 선발 등 올 시즌 잦은 문제를 일으킨 시스템에 변화를 줄 방침이다. NC 관계자는 "그동안 외국인 선수 선발 등에서 호평을 받아오다 보니 안주하거나 자만했던 부분이 컸다. 전반적인 시스템을 손보고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NC는 김경문 감독 체제 종언을 선언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분위기를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문제는 그 과정을 바라보는 여론이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

결국, 올 시즌이 끝날 때까지 NC가 이렇다 할 성과와 장기적인 계획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팬 외면은 커질 수 있다. 구단 운명을 건 NC 도박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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