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분권이다] (20) 도지사 후보들이 보인 차이
도민자치분권회 설치·활동 자치경찰 실시 등 7개 협약 도지사 후보자들 이행 약속
김경수 "지방일괄이양법", 김태호 "재정부터 손봐야", 김유근 "정부 의지가 중요"

경남도지사 후보들의 자치분권 여정이 시작됐다.

김경수 민주당 후보와 김태호 한국당, 김유근 바른미래당 도지사 후보는 6·13지방선거를 보름 앞둔 지난달 30일 창원시 경남발전연구원에서 열린 '자치분권 추진 경남지역 역량강화' 협약식에 모두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도지사에 당선되면 7가지 자치분권 협약을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주최 측인 지방분권경남연대와 경상남도주민자치회 중계로 도민들에게 공개적으로 했다.

당선되면 자신이 이끌게 될 경남도청이 자치분권운동의 주체가 되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다. 분권 확대의 관건인 지방선거 동시개헌이 무산됐지만, 지방정부가 손 놓고 있을 수 없다는 명백한 의사 표시다.

경남도지사 후보 자치분권 추진 경남지역 역량강화 도민협약식이 지난달 30일 오후 경남발전연구원 1층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이날 협약식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김경수·자유한국당 김태호·바른미래당 김유근 후보가 협약 체결 후 지방분권연대와 경남주민자치회 회원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경남도민일보 DB

후보들이 보인 특징

김경수 후보는 "지방선거 동시개헌이 무산된 것은 유감이다. 헌법 개정이 아니더라도,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해 '지방일괄이양법'을 통과시키는 것이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핵심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는 협약과 관련해 "협약 1항에 (가)경남도민자치분권회의 설치를 명시됐다. 이는 도내에서 민관이 자치분권운동을 추진할 수 있는 주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호 후보는 "지금 지방에는 권한도 없고 돈도 없다. 무늬만 자치다. 지방분권이 나라의 경쟁력이다. 특히 지방의 열악한 재정문제부터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주장했다. 지방분권이 나라의 경쟁력이라는 관점은 아무나 가질 수 없다. 협약내용과 관련해 그는 "협약 2항에 (가)주민자치회법 제정 지원이 언급됐다. 주민자치회법이 먼저 제정돼야 한다. 이후 교육자치와 경찰자치로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근 후보는 독특했다. 신선하기도 했다. "다른 관점에서 보고 싶다. 지금은 인터넷과 휴대전화 발달로 중앙 뉴스가 단 1초 만에 전국으로 확산된다. 지금 지방선거를 보라. 얼마 남지 않았는데, 온통 전국 이슈로 지역이슈는 덮였다. 바로 이런 점이 지방분권의 필요성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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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약내용에는 어떤 것이

'자치분권추진 경남지역역량강화 협약사항'은 지방분권경남연대 공동대표자와 경상남도주민자치회 임원단이 준비했다.

각 후보자와 협의 끝에 이날 공개됐다. 초안을 잡은 경남연대 안권욱 공동대표로부터 항목별 내용과 그 의미를 들었다.

1. 자치분권 강화·촉진을 위한 경남의 자치역량강화 추진기구로서 (가)경남도민자치분권회의 설치와 활동을 지원한다. - 최근 지방분권 개헌운동 당시 '지방분권개헌경남회의' 제안을 연상하면 된다. 도에서 설치되면 개헌과 법 개정, 자치분권 역량강화 기능 등을 민관 공동으로 하게 된다. 도내에는 18개 시군별 지방분권협의회가 있다. 활동을 연계해야 하고, 각 읍면동 차원으로 활동을 확대해야 한다.

2. 읍면동 주민자치활성화와 (가)주민자치회법률제정을 위한 활동을 지원한다. - 주민자치회가 '주민자치회법' 제정운동을 해왔다. 지금은 읍면동 주민자치위원회가 법 규정도 없이 행정안전부 지침으로 운영되고 있다. 법 제정으로 활동 근거를 명확히 하자는 것이다.

3. 도민의 주민자치역량과 지방분권인식 제고를 위한 상시적 교육기구로서 (가)경남자치분권대학의 설립과 운영을 지원한다. - 설립이라고 해서 법인은 아니다. 다양한 형태의 자치분권 교육 프로그램 지속화 다양화를 꾀한다. 설립보다는 운영이라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

4. 자치분권운동과 관련한 시민사회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주민자치·지방분권 정책분야의 연구 활동을 지원한다.

5. 자치경찰제 실시에 대비한 제반 사항을 준비하고, 경상남도가 시범지역으로 선정되도록 시민사회와 공동으로 노력한다.

6. 민주적 지방자치와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법률 제·개정과 지방분권개헌을 추동하기 위해 도지사로서의 책임을 다한다.

7. 협약사항의 바람직한 실천계획수립을 위해 당선자는 당선 직후 지방분권경남연대·경상남도주민자치회와 간담회를 개최하며, 지속적이고 실효성 있는 협력 체제를 유지한다. - 가장 중요한 건 연구 분야 지원과 자치경찰제다. 연구는 주민자치 모델, 특히 읍면동 직접민주주의화 모델 등을 연구하자는 거다.

특이했던 내용

기자가 물었다. "후보별 지방분권 핵심공약을 밝혀달라. 분권추진 민관기구도 중요하지만, 도청 내 전담기구도 필요하다. 국장급 이상의 분권추진단이나 분권전략기획단을 구성할 의향이 있는가?"

김경수 후보는 "핵심공약은 도교육청과 통합교육행정협의회를 구성하는 것이다. 교육자치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한 기구다. 도청 전담기구 문제는 오늘 정책협약 중 1항 (가)경남도민자치분권회의 설치와 연결된다고 본다"고 답했다.

김태호 후보는 핵심공약은 언급하지 않고, "분권추진단은 제가 도지사 재임 때 추진한 바 있다. 경험을 살려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유근 후보는 핵심공약과 도청 내 분권 전담기구에 대한 즉답은 하지 않은 채, "지방분권 실현은 중앙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 중앙정부의 재정을 지역별로 균형 있게 배분하고, 중요한 지역의 결정권은 지방에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특이했던 내용은 김경수-김태호 후보 간 지방선거 동시개헌 무산에 대한 책임 공방이었다.

김경수 후보는 "정치와 행정의 기본은 신뢰다. 문 대통령은 대선 때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 개헌을 약속했고 실제 이를 담은 개헌안을 제출했으나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금도 대통령 직속 자치분권위원회에서 관련 법안 등을 준비 중인데 이번에는 야당이 꼭 좀 협조를 해줬으면 좋겠다. 지키지 못할 공약은 아무 소용이 없다"며 개헌안 의결에 불참한 야권을 겨냥했다.

김태호 후보는 이에 "정부의 지방분권 의지는 환영하지만 좀 더 아래로부터 국민 공론화 과정이 필요했다고 본다. 충분하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국민 의지를 담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야당 쪽이 정치적으로 오해할 만한 소지도 제공했다"며 동시 개헌투표를 추진한 여권을 오히려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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