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롱드마산 서성훈 대표
고향 마산서 건축물 기록 작업
'공간 음미' 카페 운영과 병행해
돝섬 개발 프로젝트 구상·추진
"바다 낀 지역 정체성 되찾고파"

창원시 마산합포구 중앙동. 마산세무서 신축공사지와 마산의료원 사이 좁은 골목 제일 안쪽에 자리 잡은 카페 살롱드마산(Sanlon de Masan). 누군가 소개로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 뭔가 이상한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큰 길가에서 보면 전혀 간판이 보이지 않는다. 골목 안을 들여다보더라도 얼핏 보이는 것은 평범한 가정집 대문.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오래된 낡은 집, 마당과 화장실을 최대한 보존한 외부, 대들보며 서까래를 그대로 드러낸 내부. 무언가 건물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어한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다시 가보니 어느새 소문을 타고 제법 많은 손님이 찾고 있었다. 지금은 마산에서 꽤 유명한 카페가 됐다. 더러 카페 주인을 만나면 드문드문 질문을 했다. 그러면서 이 친구가 프랑스 유학을 다녀왔고, 원래 건축을 하던 친구며, 도시재생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그럴수록 궁금증이 커졌다. '이 친구 도대체 진짜 하는 일이 뭐야?' 그러다 듣게 된 그의 돝섬 개발 프로젝트. 이를 통해 그가 하고 있고, 또 앞으로 하고자 하는 일을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살롱드마산 서성훈(32) 대표와 본격적으로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게 된 계기다.

건축학도 프랑스에서 미술사를 배우다

서울에 있는 어느 대학 건축과에 다니던 그는 휴학을 하고 건축사무소에서 인턴으로 건축 현장을 배운다. 다시 복학하자니 뻔한 대학 공부가 싫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프랑스 유학이었다. 2012년 프랑스에 간 그가 공부한 것은 뜻밖에 미술사였다.

"보통 건축가는 디자인을 하고 건물을 설계하고 이런 것만 한다고 생각하잖아요. 저는 여기에 '건물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것도 우리나라에서 필요하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이런 이유로 프랑스에서는 미술사를 공부하게 됐어요. 프랑스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역사를 바라보고 어떤 식으로 기록을 했는지 이런 것을 들여다볼 수 있으니까 좋을 것 같았죠."

살롱드마산 서성훈 대표. /이서후 기자

2016년 미술사 공부를 마친 그는 바로 고향 마산으로 돌아온다. 오래 떨어져 산 부모님과 같이 지내보자는 뜻도 있고, 그가 생각한 건축 기록 작업을 마산에서 시작하려는 뜻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오래 구상하던 자신만의 공간도 마련한다. 살롱드마산이다.

"내 고향이니까, 이 동네가 골목골목 어떻게 변해왔는지 시간 순서들을 다 알고 있잖아요. 모르는 동네 가서 처음부터 맨땅에 헤딩하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마산을 기반으로 천천히 자료 조사를 해놓으면 앞으로 필요한 경험을 빨리 얻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 그냥 조사만 하는 것보다 어떤 공간을 만들어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풀어봐도 되겠다 싶었어요."

단순히 커피를 마시고 수다를 떨다가 가는 게 아니라 공간을 음미하고 생각을 나누는 곳. 그가 굳이 카페에 프랑스 지성사에서 중요한 교류 공간이던 '살롱'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이 때문이다.

주택가 이름 모를 건축가를 기록하다

서 대표는 살롱드마산을 운영하는 틈틈이 마산지역 건축물을 기록하고 있다. 주로 창동, 추산동, 회원동 등 오랜 주택가를 돌아다니면서다. 그러면서 발견한 것 하나가 보통은 '업자'라 불리는 이름 없는 건축가들이 건물에 담아놓은 나름의 창의력이다.

"오랜 주택단지를 지나다보면 대문이나 담에 독특한 문양 같은 게 많아요. 이런 게 디자인 요소잖아요. 건축할 당시에 집주인이랑 이렇게 문양을 넣으면 어떻겠냐, 아 좋다, 이런 얘기들이 있었을 거잖아요.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은 이름 없는 건축가들이 어떻게 스스로 미적 감각을 살려 이런 디자인을 했는지, 무슨 생각으로, 어떤 사조의 영향을 받아서 이런 패턴들을 집어넣었을까 하는 것들을 알고 싶죠."

살롱드마산 서성훈 대표가 주목하는, 이름 없는 건축가의 창의력 담긴 주택 패턴들. /서성훈

이런 기록들을 통해 결국 그는 도시마다 다른 색을 살리고 싶어 한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전국적으로 도시재생사업이란 이름으로 진행되는 '또 다른 도시 획일화'에 비판적이기도 하다.

"한국에 자주 오는 프랑스 친구가 한국은 몇몇 전통적인 관광지를 제외하고는 어디를 가나 똑같은 거 같다고 하더라고요. 유럽은 남부랑 북부랑 완전 분위기가 다르잖아요. 날씨나 기후에 따라 사람들의 성격도 다르고, 자연스럽게 건축물에도 그런 성격이 묻어난다고 생각해요. 마산을 예로 들까요. 마산은 바다를 낀 한국의 남부 도시죠. 하지만 마산에 사는 사람들은 점점 바닷가에 산다는 사실을 잊고 살아요."

야심찬 돝섬 개발 프로젝트

그가 바다를 낀 마산의 도시 색을 고민하면서 나온 것이 돝섬 개발 프로젝트다. 구체적으로 돝섬에서 마창대교가 보이는 바다 방향으로 노천탕이나 야외 사우나를 만드는 일이다. 안 되면 벤치라도 갖다 두자는 거다. 여기에 돝섬을 오가는 여객선을 귀산 해안까지 연장하는 것까지 포함된다. 이를 통해 마산이란 도시가 바다를 중심으로 정체성과 활력을 되찾을 것이란 구상이다.

살롱드마산 서성훈 대표가 주목하는, 이름 없는 건축가의 창의력 담긴 주택 패턴들. /서성훈

"처음에는 제1부두 쪽을 생각했었어요. 핀란드의 유명한 야외 사우나에서 영감을 받았거든요. 히피들이 와서 놀던 곳인데 지금은 규모가 커져서 파티도 열리고 사람들이 엄청나게 찾거든요. 그런 거를 1부두에서 하면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아파트가 들어서고 스포츠센터가 들어서고 해서 이제는 여건이 안 되겠다 싶었고요. 다음으로 주목한 데가 돝섬이에요. 지금 수상레포츠 교육을 많이 하잖아요. 레포츠를 하시는 분들이 가족과 함께 가면 가족들이 할 게 없어요. 그래서 이들이 즐길 사우나, 더 발전시키면 노천탕을 만드는 거죠. 돝섬에서 마창대교 쪽 바다를 보도록 해서요. 여기 돝섬을 거쳐 귀산으로 가는 항로가 있으면 참 좋을 것 같아요. 그러면 귀산 분위기도 많이 바뀔 거예요. 그렇게 돝섬이 마산 도심과 귀산을 왔다갔다하는 스폿이 되면 자연스럽게 사우나·노천탕도 홍보가 많이 될 것 같고요."

물론 여러 여건상 당장 실현되기 어려운 계획이긴 하다. 서 대표 자신도 내년 즈음 다시 프랑스로 건너가 미뤄놨던 건축 공부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하지만 그는 꼭 자신이 아니더라도 누군가 이 프로젝트를 완성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살롱드마산 서성훈 대표가 주목하는, 이름 없는 건축가의 창의력 담긴 주택 패턴들. /서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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