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전이 치열하다. 하지만 어찌 그렇게 선거운동이 획일적인지 모르겠다. 예전엔 독특한 선거운동 방식이 간혹 있었지만 이번엔 그런 시도조차 없는 것 같다. 이색선거운동을 소개하는 기사는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획일화·기업화된 선거운동 문화에서 유권자들의 짜증수치만 자꾸 높아지고 있다.

내가 만약 시의원 후보라면 다음과 같이 선거운동할 것이다.

먼저 선거유세 대신 운동원들과 지역구를 돌며 마대와 집게를 쥐고 종일 쓰레기를 주울 것이다. 어차피 이러나저러나 볼 사람은 다 보게 돼 있다. 유세차는 코팅해서 보드마커나 포스터 잇으로 유권자들의 의견이나 민원을 적을 수 있게 할 것이다. 실제 이는 2010년 김두관 당시 도지사 후보가 시도한 방식이다. 물론 유세차에서는 시끄러운 연설이나 방송이 안 나오도록 할 것이다. 그야말로 유세차는 걸어다니는 민원게시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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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벽보에는 가능하다면 쓰레기 줍는 사진으로 싣고 '쓰레기를 치우겠습니다'라고 슬로건을 넣는다. 쓰레기라는 단어 아래엔 '토호, 삽질업자'라는 단어를 넣어줄 것이다. 문자나 카톡을 돌릴 때는 무엇을 하겠다는 내용이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넣는다. 예를 들어 '개발업자들의 말을 듣지 않겠다, 회기 중에 결석하지 않겠다'는 식이다. 공보물은 흑백 재생용지에 편지형식으로 내 생각을 담아 넣을 것이다. 공보물이 쓰레기가 되더라도 환경에 부담을 덜 것이다.

어쨌든 이러나저러나 받을 표는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느낄 것이다. '그 후보가 있을 때 적어도 길은 깨끗했는데'라고. 사람들의 삶 속에서 진정성 있는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것, 그게 생활정치고 지역 일꾼들이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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