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밀양·창녕, 정권변화로 '소용돌이'
유권자 똑똑해 낡은 정치하면 백전백패

밀양과 창녕 지역은 특이하다. 혈연·지연·학연으로 움직이는 자그마한 도시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6·13지방선거판에선 색다른 현상이 감지된다.

밀양은 대개 보수 지역이라고 언급되지만 선거 때마다 정당보다는 인물을 따라 표를 결집시키는 성향을 나타냈다. 이런 결과는 처음엔 연고로 엮였던 인물을, 유권자 개인의 이유로 말미암아 끝까지 추종하게 되는 정(情)이나 의리로 보인다. 막연한 연고주의보다는 더 진하고 깊은 신뢰를 동반한다고나 할까. 물론 배경을 헤집어보면 결국은 유권자들이 자신에게 도움이 될 인물, 선거 당시 더 권력을 가진 정당과 사람에 투자하는 경향이 짙다.

지난달 31일 박일호 자유한국당 밀양시장 후보는 이런 말을 했다. "밀양은 특이하다. 민선 1기 이상조 시장은 무소속(1994년)으로 당선됐고, 엄용수 전 시장은 열린우리당(2006년)으로 당선된 지역이다." 박 후보는 이런 현상을 "시민들이 옳고 그름에 대한 분명한 믿음을 갖고 있다. 옳은 길을 위해 표를 던지는 최고 시민"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전 시장은 이후 2기(1998년), 3기(2002년) 지방선거에서는 한나라당으로 당선했으며, 엄 전 시장 역시 2010년 재선 도전 때는 한나라당으로 승리했다. 따라서 이는 정권이 보수에서 진보, 진보에서 다시 보수로 바뀌는 시점에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으로 판단된다.

창녕은 그동안 시쳇말로 '빨간(보수)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말이 명확히 맞아떨어지는 지역이었다. 민선 1, 2기 김진백 군수는 1994년엔 민주자유당, 1998년엔 한나라당으로 당선했다. 3기(2002년) 김종규 군수는 한나라당으로 당선했으나 4기(2006년) 땐 무소속으로 뽑혔다가 골재 채취업자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당선 무효형을 받았다. 현 김충식 군수는 보궐선거와 5기 땐 한나라당, 6기 선거에서는 새누리당으로 당선했다.

창녕은 현재 지역 출신 인물이 4명이나 활약 중인 것도 특이하다. 설훈 국회의원, 박영선 국회의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3명은 남지 출신이며,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는 장마면 출신이다. 또 정치 거물 4명 중 3명이 더불어민주당이고 1명만 자유한국당이다. 일부 창녕 주민들은 "예전에 창녕지역은 진보 성향이 매우 강했다. 당시 활약했던 인물들이 대단했는데 진보의 맥이 끊긴 지 오래"라고 아쉬워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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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현재 밀양·창녕은 변화의 소용돌이에 들어 있고, 주민들조차도 이번 선거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해한다. 작은 도시에서 기초의원으로 30대 후보가 여럿 나온 것도 관심거리다. 6·13지방선거 유권자들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을 거치는 동안 20~40대 젊은 세대들이 30~50대가 됐다.

낡은 이념 문제나 빨간 깃발만 보고 투표하는 시대는 끝났다. 인물과 정책을 꿰뚫어보는 유권자들이 많아졌다. 아직도 10년 전 정치를 일삼는 후보가 있다면 백전백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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