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권·특혜로 방탄국회 단죄조차 불가능
못된 관행 바꾸려면 유권자 깨어있어야

한국의 국회의원은 선망의 대상이자 질타의 대상이기도 하다. 국민의 대표를 자처하면서도 국민적 기대와 희망을 저버리고 스스로 특혜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하고 시대착오적인 특권의식에 갇혀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정도는 가볍게 걷어차 버린다. 국회는 최근 어렵게 문을 열더니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로 시행된 홍문종·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버렸다. 한국의 권력형 부패, 부정청탁 비리 등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국회의원은 수사도 어렵고 인신구속은 더 어렵다. 국회의원 제 식구 감싸기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국회의원이 방송에 나와서 떠들어대는 것과 실제로 행동하는 것이 얼마나 다른가를 이미 익히 보고 왔지만 번번이 속는다. 여당은 야당을 향해 방탄국회라고 비판하다가 막상 체포동의안 표결에서는 방탄국회 수문장 역할을 했다.

왜 그럴까? 범법혐의자 수사 차원의 국회의원 체포동의조차 되지 않는다는 것은 뭔가? 왜 방탄국회는 변함없는 전통이 돼야 하고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는 입법조차 불가능한가? 국회는 삼권분립의 한 축으로 국민의 대의기관으로 헌법적 지위를 갖는다. 그 역할과 기능은 존중받아야 하고 이를 법으로 보호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과거 군사독재시절, 권위주의 정권시절 국회의원의 신변보호를 위해 필요로 했던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 등은 꼭 필요한 법적 보호장치였던 셈이다. 그러나 명령과 지시에 따르던 권위주의 시대, 불법·탈법이 난무하던 독재시대는 이미 청산됐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난 대한민국은 전 세계 모범민주국가로 인정받고 있지만 유독 국회의원들의 비리와 불법은 여전히 변함없이 이어지고 단죄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

국민은 이제 자유민주주의 국가답게 국회의원들의 불체포특권, 면책특권 등을 폐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의원들도 공약으로 '특권 포기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국회 들어가는 순간 이런 특권들의 편안함과 특혜는 상상초월이다. 입법의원들이 법을 만들거나 폐지하지 않으면 바꿀 수 없다. 국회의원들은 외견상 폐지, 실제로는 존속이라는 이중행태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시민단체 활동할 때는 국회의원 특권 안된다고 하다가 막상 국회에 가면 피감기관 돈으로 예사로 외유를 다녀온다. 문제가 되면 '관행이었다' 식으로 답변한다. 자리가 바뀌면 생각도 바뀐다. 국회의원 보좌관 하나 수사하기도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국회의원의 상상초월 로비력은 삼권을 넘나들며 법과 제도를 무력화시킨다. 시대가 바뀌어도 잘못된 버릇, 못된 관행은 쉽게 바뀌지가 않는다.

유럽의 의원들을 한번 보라. 특권의식, 특혜시비는 상상할 수 없다. 그런 생각을 하거나 말을 하는 의원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했다가는 뽑힐 수도 없다. 영국 하원의원은 웨스트민스터 의사당에서 1년 평균 148일을 보낸다. 이는 1년 52주 중 30주, 주 5일을 일해야 달성할 수 있는 숫자라고 한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하원의원은 가족과 헤어져 런던의 쪽방에서 엄청난 분량의 일을 한다. 주말이라고 지역구로 가도 가족보다는 선거구민을 먼저 챙겨야 한다. 영국의 의원들은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직업, 명예로운 직업'이라는 의식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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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국회의원을 비교, 비판하는 것은 허망한 일이다. 유권자들이 그 수준의 국회의원을 뽑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지방자치제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정치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적극적 투표행위를 하는 것이 정치발전의 첫걸음이 아닐까. 유권자들이 깨어있으면 의원들도 쉽게 괴물로 변하지 못할 것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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