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부 공원화단지 추세, 지하주차장 낮아 진입 불가
입주민-기사 갈등만 커져…서로 배려·법 개정 필요

지상에 '차없는 아파트'가 늘고 있다. 지난 4월 경기 남양주시 다산신도시 한 아파트에서 택배차량 출입을 제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입주민은 내 집 앞마당처럼 여겨 차량이 다니지 않는 안락한 환경을 원한다. 안전을 이유로 택배차량을 막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하주차장에 택배차량이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영동 SK오션뷰 아파트에서 지난달 22일 오후 2시 45분께 택배차량(1t 트럭)과 자전거가 충돌하는 사고가 났다. 자전거를 타던 5세 아이는 크게 다치지 않았으나 부모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이 아파트 한 주민은 "입주민 사이에서 아이들이 위험하니 택배차량 출입을 막거나, 5~10㎞ 이하 속도로 천천히 다니게끔 서약서를 쓰도록 하자는 말이 나온다"며 "택배차량 진입을 아예 막으면 갑질로 비칠까 우려돼 실버택배 도입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진해구 풍호동 창원마린푸르지오 한 주민은 "예전에 한 입주민이 택배차량에 다리가 끼이는 사고가 난 적 있다"며 "요즘은 주로 택배차량이 승합차로 들어온다. 탑차 형태 택배차량도 가끔 오는데, 아예 막을 수 없어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아파트 단지 내 통행로는 도로교통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과속, 난폭운전, 무면허운전 등에 대한 단속·처벌 규정도 없다. 그러나 택배차량은 신속한 배달을 위해 빠르게 달려야 한다. 경찰은 "도로교통법에 해당하지 않아 속도 제한 등 제재할 근거가 없다. 현시점에서는 관리소, 주민, 택배기사들이 타협해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재호(더불어민주당·경기 고양시을) 국회의원이 지난 2월 아파트 단지 내 통행로도 도로에 포함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법안은 행정안전위원회 심사 중이다.

창원에는 최근에 지은 마산회원구 양덕동 메트로시티, 마산합포구 현동 중흥S클래스프라디움1·2차, 오동동 중앙마린파이브, 신포동 마산만아이파크, 성산구 상남동 상남꿈에그린, 진해구 풍호동 창원마린푸르지오 등이 지상부 공원화단지로 조성돼 있다. 택배차량 출입을 제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파트 주민들은 택배트럭 출입 때문에 아이들 사고 위험이 걱정이다. 택배기사 처지에서도 불만이 있다. 창원시 성산구를 담당하는 한 택배기사는 "지상부로 차량이 못 들어가는 구조도 아닌데, 관리소에서 개방하지 않으면 80~100개씩 일일이 카트에 옮겨 담아 배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택배차량이 지하주차장으로 진입할 수도 없다. 주차장법을 보면 지하주차장 높이 최저치는 2.3m다. 대부분 택배차량은 2.5m 높이다. 2.3m 기준은 1979년 주차장법이 제정된 후 개정된 적이 없다.

국토교통부는 다산신도시 논란 후 지난달 아파트 택배분쟁 조정·제도개선 회의를 열어 △지상부 공원화단지로 설계할 경우 지하주차장 높이 2.7m 이상으로 상향조정 검토 △아파트단지 조성 도시계획 시 택배차량 정차공간 설치 기준마련 △아파트단지 내 택배물품 하역 보관소 설치·유지할 수 있도록 주민공동이용시설 명문화 △실버택배 비용 입주민 추가 부담으로 조정 검토 △아파트 차량출입 회전변경 설계 반영토록 택배차량 제원 기준 보완 등 방침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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