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원 전 국회의원 강연회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의 '깜짝 방북'은 큰 울림을 줬다. 판문점의 야트막한 경계석을 살짝 넘었다 되돌아옴으로써 강고하게만 느껴졌던 '분단의 상징'을 한순간에 무너뜨린 것이다.

그간 '방북'이라는 단어는 '종북 좌파'와 '간첩'과 연결됐다. 민족 화해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신념으로 방북을 결행한 인사들은 큰 고초를 겪었다. 서경원(82) 전 국회의원도 1988년 국회의원에 당선되자마자 밀입북해 당시 김일성 국가 주석을 만나고 돌아와 이듬해 간첩 혐의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고 의원직을 잃었다.

서 전 의원은 지난달 31일 '경남 한겨레 주주 독자 클럽' 초청으로 경남도민일보 강당에서 '30년 전 내가 갔던 그 길은 옳았다'는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

서 전 의원은 방북 이유에 대해 "우리가 왜 이토록 고통을 받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고통은 영혼을 죽이는 거다. 민족혼이 죽는 원인은 외세라고 인식했다"고 말했다. 서 전 의원은 "외세라는 걸 똑바로 보지 않으면 정의, 평화, 자비, 사랑이라는 것도 다 사기 치는 말에 불과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서 전 의원은 당시의 심경을 이렇게 표현했다. "북한에 가도 죽고, 그곳에서 죽지 않으면 갔다 와서 죽는다고 생각했다. 김일석 주석에게 당당하게 말하러 간 것이다." 그가 김 주석에게 비무장지대 대남 비방방송과 권력부자세습을 하지 말라고 권고한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서 전 의원은 "그동안 수많은 민주 열사가 1700만 촛불을 나오게 했고, 매카시즘으로 무장한 권력이 물러나게 했다. 드디어 민주 혁명의 승리가 분단의 벽을 허무는 물꼬를 트고 있다"고 강조했다.

'30년 전 내가 갔던 그 길은 옳았다'라는 서경원 전 국회의원 초청 강연회가 지난달 31일 오후 경남도민일보 강당에서 한겨레 주주·독자 클럽 주최로 열렸다. /김구연 기자 s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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